Fly High into the Blue Sky, 2012
새가 난다. 생김새는 매서운데, 배경은 화려한 뭉게구름이다. 좀 비현실적인 듯해서 다시 보니 뭔가 이상하다. 새와 뭉게구름이 사각 틀 속에 갇혀 있다. 새는 그저 비상하는 흉내만 내고 있을 뿐, 사실은 건물 외벽에 두른 가림천의 그림이다. 속은 눈이 의심스러워 숨은 그림 찾기를 시작한다. 대체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가짜일까. 구름과 새는 가짜고, 사다리는 진짜다. 실루엣처럼 보이는 콘크리트 구조물과 산자락은 천 뒷면에서 비쳐진 진짜 풍경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놀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가짜와 진짜 풍경이 섞여 있는 이 사진은 포토샵으로 합성을 하지 않은 실제 장면이므로 진짜 풍경인 셈이다. 그러나 벽에 걸어둔 사진이라는 점에서는 또다시 가짜 풍경이다. 장자의 호접몽은 꿈과 현실의 경계 속에서 나타났지만, 이미지 시대의 호접몽은 이렇듯 눈앞에서 펼쳐진다. 버젓이 눈앞에서 실재와 허구의 세계가 공존하면서 우리를 매트릭스의 세계로 인도한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 작품은 한성필의 ‘복시’(Diplopia) 연작에 속한다. 복시는 한 개의 물체가 둘로 보이거나 그림자가 생겨 이중으로 보이는 현상을 가리킨다. 그의 대표작은 이처럼 공사 중인 건물의 외벽 가림막을 촬영해 우리에게 착시효과를 선사하는 ‘파사드 프로젝트’다. 실제보다도 더 실감나는 가짜 풍경으로 우리의 눈을 홀리는 그의 전시는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청담에서 2013년에
전시되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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