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그땐 금방 볼 줄 알았는데"..눈물의 재회

바람아님 2014. 2. 21. 16:22
60여 년 만에 다시 만난 형제·자매상봉 눈길

"그때는 금방 올라올 줄 알았지"

황해도 옹진이 고향인 김명복(66) 할아버지는 1·4후퇴 때 어머니 손을 잡고 전쟁을 피해 내려와 당시 조부모님께 맡겼던 누나 명자(68) 씨와 생이별을 했다.

김 할아버지는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서 유언으로 누나를 꼭 만나라고 했다"며 "이번에라도 만나게 돼 다행"이라고 말하며

60년을 훌쩍 뛰어넘은 남매 상봉에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 '눈물의 상봉' (금강산=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남측 상봉단의 이선향(88, 왼쪽) 할머니가 20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북측의 남동생 이윤근(72)를 만나 부둥켜 안고 울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 '하염없이 눈물만' (금강산=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남측 상봉단의 이영실 할머니(87, 오른쪽)가 20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북측의 여동생 리정실(84) 할머니를 만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상봉이 시작되고 두 사람은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다가 김명복 할아버지는 누이의 거칠어진 손을 어루만지며 "어머님이 누님을 기다리다가 10년 전에 돌아가셨어. 누님 얘기를 얼마나 하시던지…"라고 말했다.

이날 상봉장에는 고모인 김창숙(77) 할머니와 사촌 여동생인 리순녀(43) 씨까지 함께 해 가족 친지들 얘기로 김명복 할아버지는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평안남도가 고향인 이선향(88) 할머니는 북측의 남동생 윤근(71) 씨를 만나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부모님의 기일을 물으면서

눈물을 쏟았다.


이 할머니도 1·4후퇴 때 가족들과 고향을 등지고 피란길에 올랐지만 도중에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남쪽으로 내려왔다.

황해도 연백이 고향인 이범주(86) 할아버지는 남동생 윤주(67)씨와 여동생 화자(72) 씨를 만나 "미안하다"는 말을 되뇌었다.

이 할아버지는 "1·4후퇴 때 할아버지께서 내가 장남이니까 나만 먼저 가라고 했다"며 "연백에서 바로 건너가면 강화도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의 묘소는 어디에 있는지, 기일은 언제인지 등을 물으며 부모님 곁을 지킨 동생들에게 미안함을 숨기지 않았다.

최정호(91) 할머니는 최근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입원을 하다가 이번 상봉을 위해 2주 전 깁스를 풀고 이번 상봉에서 남동생 윤호(86) 씨와 여동생 찬호(75) 씨를 만났다.

최 할머니는 동생들에게 자신의 젊을 적 사진을 보여주며 알아보겠느냐고 물으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북한에 살던 다른 동생 계호씨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는 "어이구…"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최 할머니는 동생들이 가져온 앨범 속 오래된 사진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며 연신 미소를 지었다.

이날 상봉에서는 서울이 고향인 최돈명(79) 할머니가 셋째 언니가 월북하면서 함께 북쪽으로 갔던 동생 돈걸(76) 씨를 만났다.

만나자마자 서로 끌어안고 흐느끼던 남매는 빛바랜 흑백사진 속 가족들의 모습을 짚어가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돈걸 씨의 딸 옥실(36) 씨는 "고모가 있으면서 고모 소리를 한 번도 못하고 살았다"며 "모두 정정히 계셔서 너무 반갑다"고 연방 눈물을 흘리자 최 할머니는 "나와줘서 고맙다"며 처음 만나는 조카의 눈가를 손수건으로 닦아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