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사진칼럼

[사진이 있는 아침] 흑백의 묘연한 경계

바람아님 2014. 3. 21. 11:18


새벽 안개가 피어 오를 때면 소나무 숲은 살아난다. 소나무들의 팔과 다리가 뻗어 나오고 몸을 움직인다. 침묵 속에 춤을 추며 아침을 맞는다. 소나무는 검은 듯 검지 않다. 소나무를 둘러싼 공간은 흰 듯 희지 않다. 저 멀리 소나무와 하늘과 땅은 하나로 어우러진다.

 

사진작가 배병우는 오랜 세월 숨어 있던 소나무의 나라를 보여준다. 그 나라에선 검고 흰 것이 없다. 옳고 그른 것도 없다. 서로가 어울려 꿈 같은 세상을 만든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아직 그들이 겪어보지 못한 소나무의 나라에 빠져든다.

신경훈 편집위원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