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活文化/性 ·夫婦이야기

아내는 아바타가 아니다

바람아님 2014. 4. 1. 10:36
       

“제가 아바타입니까. 남편한테 제 몸은 도구일 뿐이에요.”

 


결혼 2년차 남편 S씨는 밤마다 아내를 침대에 눕힌 채 다른 여성과 성행위를 한다. 그것도 세계 각국의 팔등신 미녀와 번갈아 가며 원초적인 성행위에 몰입한다.

자초지종인즉, 남편은 성행위 때마다 노트북 컴퓨터를 켜서 자극적인 섹스 동영상을 봐야 흥분을 하고 성행위가 가능하다. 가끔 부부 사이에 재미 삼아 동영상을 본다면 몰라도 매번 그러니 모멸감을 느낀다며 남편을 설득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되레 ‘남들은 아내와는 (성행위를) 하지도 않는데 이렇게라도 (부부관계) 하는 걸 다행인 줄 알아라’ 아니면 ‘절세미인이 되어 다시 태어나면 노트북을 켜지 않겠다’는 식의 면박만 일삼는다고 했다.

“그래도 저는 아내한테 충실하잖습니까. 늘 똑같은 아내와는 흥분이 잘 안 되는데 어쩌란 말입니까.”

필자를 만난 남편 S씨는 오히려 적반하장 격으로 당당했다. 더군다나 아내의 성흥분에는 관심도 없어서 남편 S씨는 삽입성행위 전 아무런 전희조차 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귀찮다는 것이다. 단지 자신의 흥분을 위해 노트북을 켜놓고 야한 동영상을 보며 지저분한 상상에 빠질 뿐이다.

남편 S씨는 동영상을 보다가 발기되면 막무가내로 삽입하려 들고 아내가 주저하면 화부터 낸다. 자신이 발기됐으니 아내도 마찬가지로 동시에 흥분이 돼있어야 궁합이 맞는 부부란 식이다. 심지어 아내가 분비가 덜 돼있거나 삽입해서 별 즐거움이 없는 날엔 아내를 구박한다. 아내가 성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여성이란 식의 비난만 일삼는다.

하지만, 남성이 흥분하면 발기가 되듯이 여성도 흥분해야 성행위에 적절한 분비가 되고 질 내부 상태는 남성의 음경을 받아들이기에 적절한 상태로 변한다. 여성이 흥분해야 삽입 상태에서 남성도 질 내부의 충만감을 느끼고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즉, 전희나 성적 자극은 단순히 상대 여성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남성의 즐거움에 도움되는 행동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시각 자극에 민감하다. 내가 좋아하는 자극이면 여성도 반드시 좋아할 것으로 여기는 것은 착각이다. 다양한 연구에서 남녀가 좋아하는 시각 자극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흔히 남성들은 직접적인 성행위 장면에 잘 자극받는 반면, 여성은 애정 어린 표현이나 사랑스러운 포옹 등의 장면에 더 흥분한다. 오히려 지나치게 말초적인 장면에 여성들은 혐오감을 느끼거나 흥분이 떨어질 수 있다.

남편 S씨는 강력한 시각 자극이 없으면 성반응이 나타나지 않는데, 이는 특정자극이나 상황에서만 성흥분이 나타나는 성기능장애의 일종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 부부의 성행위에서 흥분 요소는 상대방과의 친밀감, 전희 등 스킨십, 체위 변경, 분위기, 시간과 공간 등 장소의 변경, 성감대의 변화, 자극 방식 등 참으로 다양하다. 이 모든 것을 한 번의 성행위에 다 하란 얘기는 아니다. 각종 흥분 요소를 적절히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내는 나와 서로 교감하고 호흡을 맞추는 파트너이지 내 입맛에 맞춰진 아바타가 아니다.

 

 기고자 : 강동우 /백혜경 성의학 전문의
   
 강동우·백혜경은 서울대 의대 출신 전문의(醫) 부부. 미 킨제이 성 연구소와 보스턴ㆍ
하버드 의대에서 정신과·비뇨기과·산부인과 등 성(性) 관련 분야를 두루 연수, 통합적인
성의학 클리닉ㆍ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