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活文化/性 ·夫婦이야기

환갑넘어 14세 왕비 들인 영조의 정력 비결

바람아님 2014. 7. 29. 10:25

궁중의 침실을 엿보다

 사극(史劇)을 시청하다 보면 ‘왕의 밤’에 호기심을 갖게 된다. 절대군주인 왕이 무수히 많은 여인을 거느렸고, 그로 인한 권력다툼이 끊이지 않은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왕의 침실 라이프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 왕의 침실문화를 언급한 자료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왕이 우물 정(井) 자 형태인 9칸 격자방(格子房)의 한가운데에서 운우지정을 나누는 동안 나머지 8개 방에 나이 든 상궁이 입회해 불의의 사태에 대비했다는 사실 정도만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중국의 기록을 근거로 유추할 뿐이다.

중국 황제는 규방 일을 총감독하는 환관인 태감(太監)에 의해 성생활을 관리 받았다. 황제는 함부로 궁녀와 동침할 수 없었다. 황후와의 잠자리도 사전에 태감을 통해 동침을 위한 방문 일정을 예고해야 가능했다.

후궁은 보통 20여 명이었는데, 녹두패로 제비뽑기를 했다. 은쟁반에 놓인 후궁들의 녹색 명찰 중 하나를 황제가 고르는 방법이었다. 선택된 후궁은 밤이 되면 발가벗겨서 깃털 모포에 싸 태감이 등에 업어서 황제 침실로 옮겼다. 알몸으로 침실에 옮긴 것은 혹시 모를 황제에 대한 위해를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다산(多産)으로 왕실을 번성시키는 것이 군주의 덕목이었으므로, 궁중에서는 성애술 비법을 은밀하게 전수했다. 명나라 학자 심덕부가 쓴 '창추헌잉어'에는 "궁정에 환희불(歡喜佛)이 있는데, 서로 껴안고 있으며 두 뿌리가 한 곳에 모아져 있다. 제왕의 혼례식 때는 반드시 이 불전에 들어가 예배를 마치고 은밀한 곳을 더듬으며 마음속으로 교접의 방법을 깨달아 이불 속에서 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음란한 교합불상을 궁정에 모신 것은 왕자들의 성교육 학습 자료였기 때문이다. 왕자를 위한 춘화도(春畵圖)도 제작되었는데, 춘화도는 세자의 거처인 춘궁(春宮)에서 유래된 명칭이다.


	세자가 성에 눈을 뜨면 성적인 표현을 담은 춘화도로 성교육을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세자가 성에 눈을 뜨면 성적인 표현을 담은 춘화도로 성교육을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그림=신윤복의 춘화도)

우리나라는 보모상궁이나 연상의 궁녀가 세자를 상대로 실전 성교육을 했다. 왕의 젖어미인 보모상궁은 종1품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왕이 병약하거나 후사를 두지 못하면 탄핵을 받았다. 경종이 후사를 두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병으로 죽자 보모였던 최 상궁이 제일 먼저 사약을 받았다. 후사를 두지 못할 정도로 임금에게 남녀상열지사의 도를 가르쳐 주지 못한 죄가 크다는 이유였다.

의녀(醫女)나 궁녀가 성교육을 담당하기도 했는데, 이들이 기대한 결과를 내지 못하면 민간의 도인(道人)이나 세자 교육을 담당한 시강원(侍講院)의 학자 중 자식을 많이 둔 관리에게 성교육을 맡겼다. 이때 '골짜기 속 복숭아꽃을 어디에서 찾을까/ 깊이가 1촌 2푼이라는데…' 같은 7언시(七言詩)로 흥미를 유발했다. 이처럼 궁중의 성교육 방법은 다양했다.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현재 학교 성교육이 이를 벤치마킹하는 것은 어떨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어느 성의식·성실태 조사에 의하면, 청소년의 95.7%는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받고 싶은 성교육 내용은 '성폭력 예방교육(31.7%)', '이성교제(20%)', '임신과 출산(13.3%)' 순이었다.

세자나 왕이 성에 눈을 뜨면 정력관리를 위한 여러 방안이 실행됐다. 수십 명의 여인을 거느리는 군주에게 반드시 필요한 정력관리는 섭생, 접이불루, 회춘비방이었다. 섭생은 산해진미(山海珍味)와 갖가지 정력제에 의존했는데, 오히려 황제의 비만과 성인병의 원인이 되었다. 왕이 즐겨 먹던 산해진미는 대부분 기름진 음식이었다. 먹을 것이 부족한 과거에는 육류 같은 고단백질 음식이 기력 보강에 도움이 되었으나, 매일 고단백.고칼로리 음식을 섭취하는 현대인에게는 건강과 정력에 오히려 독이 된다. 52년간 재위하면서 82세까지 장수한 영조는 평소 거친 잡곡밥과 나물을 즐겨 먹었지만, 정력에 문제없었다. 실제로, 영조는 66세 때 14세이던 정순왕후를 들였다.

사정을 하지 않으면 정기(精氣)가 뇌를 보(補)해서 장생할 수 있다는 접이불루의 교합술은 성의학서 《황제내경(黃帝內經)》의 주장을 따른 것이다. 더불어 사람은 일생 동안 정액의 양이 정해져 있어 이를 소진하면 성생활은 물론 생명까지 위험하다고 믿었다. 현대의학 관점에서 보면 그릇된 지식이다. 억지로 참거나 주기적으로 사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전립선 질환에 걸릴 확률만 높아진다.

회춘비방은 여러 가지가 있었으나, 지금까지 병폐로 남아 있는 것이 소녀동침이다. 소녀동침을 통한 회춘론의 근원은‘숫처녀가 처음으로 흘리는 애액(愛液)을 취하면 정기가 살아나 회춘한다’는 도교의 양생법이었다. 하지만 현대의학에선 전혀 근거가 없다.

국가적 차원에서 정력비방을 연구하고 최고의 어의(御醫)들이 왕의 밤을 위해 헌신했지만, 국왕 대부분이 성적으로 나약했다. 후사조차 남기지 못한 왕이 허다했다. 왕이 성적으로 부실한 것은 스트레스와 운동 부족이 주된 원인이었다. 오늘날 대기업 등 큰 조직을 다스리는 성공한 남성 다수가 부실한 정력으로 고민하는 것도 스트레스와 운동 부족이 핵심 원인이다.

더불어 성공한 남성일수록 나이 들면서 자연스레 나타나는 성적 기능 장애에 잘 대처해야 한다. 특히 중년 남성에게 흔한 '성적 불응기(Refractory Period)'를 잘 극복해야 한다. 한 번 사정하면 일정 시간 성욕이 줄고 발기도 잘 되지 않는 불응기는 나이 들수록 점점 길어진다. 40~50대가 되면 몇 시간에서 며칠까지 늘어난다. 중장년 남성의 성행위 횟수가 줄어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자연스런 노화증세이지만, 불응기가 지나치게 길어져 섹스리스로 악화되는 상황이라면 건강의 적신호이므로 전문의의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다.


	김재영 원장
김재영 원장
김재영
남성 수술 분야를 이끌고 있는 강남퍼스트비뇨기과 원장. 주요 일간지 칼럼과 방송 출연 등을 통해 건강한 성에 대한 대국민 인식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헬스조선 7월호(134페이지)에 실린 기사임.
/ 기고자 김재영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