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고전·고미술

[손철주의 옛 그림 이야기] 인정사정 볼 것 있는 화가의 솜씨

바람아님 2023. 6. 9. 06:56

농민신문 2023. 6. 9. 06:27

대상에 오롯이 감응했던 조영석
인물의 속사정까지 화폭에 투영
아이 앞에 앉은 농군 표정 ‘눈길’
배고픈 시절 아비의 행복이어라

18세기 화가 조영석은 인물화에 빼어났다. 그는 내로라하던 산수화가인 겸재 정선보다 손아래뻘이지만 은근히 겨루는 말을 던졌다. “강산을 그리는 데는 내가 못 미치겠지만, 털 하나 머리카락 하나 똑같이 그리는 솜씨는 그대에게 뒤지지 않을 것이오.” 엔간찮은 자부심이 그의 작품에 배었다. 보잘것없는 관직에 있을 때는 임금에게 울뚝밸 섞인 대거리도 했다. 윗대 왕의 어진을 그리라는 영조의 명령에 “사대부로 태어나서 화원과 함께 붓을 놀리겠는가”라며 거절한 그였다.

조선의 이야기책 ‘어우야담’에 성종 임금이 그림을 평가하는 대목이 있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숟가락으로 밥 떠먹이는 작품을 보고 모두 생생한 그림이라고 칭찬했다. 성종은 딱 부러진 한마디로 내쳤다. “사람이 어린애에게 밥 떠먹일 때는 자기 입도 따라서 벌어지는데, 이 그림은 입을 다물고 있구나.”

모양을 잘 그린다고 좋은 화가가 되는 게 아니다. 인정(人情)을 끌어내야 사정(事情)이 절실해진다. 화가 조영석은 대상에 오롯이 감응할 줄 알았다. 그의 붓놀림은 보는 이마저 입 벌리게 한다.


https://v.daum.net/v/20230609062700387
[손철주의 옛 그림 이야기] 인정사정 볼 것 있는 화가의 솜씨

 

[손철주의 옛 그림 이야기] 인정사정 볼 것 있는 화가의 솜씨

18세기 화가 조영석은 인물화에 빼어났다. 그는 내로라하던 산수화가인 겸재 정선보다 손아래뻘이지만 은근히 겨루는 말을 던졌다. “강산을 그리는 데는 내가 못 미치겠지만, 털 하나 머리카락

v.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