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氣칼럼니스트/강천석칼럼

[강천석 칼럼] 지금 한국에 절실한 興亡의 감각

바람아님 2023. 8. 26. 06:26

조선일보 2023. 8. 26. 03:11

한국 정치인, 역사의 패잔병·세계의 낙오병 길 걷겠는가
그렇다면 당신 앞 거울 속 얼굴에 침을 뱉어라

대국(大國)이란 어떤 나라일까. 이번 기회를 놓쳐도 다음 기회를 기다릴 여유가 있는 나라다. 그들에겐 두 번째 세 번째 기회가 있다. 100년·200년·1000년 세계를 쥐락펴락 했던 로마·영국·미국 역사에도 주기적(週期的)으로 위기가 찾아왔다. 개혁 적기(適期)를 놓쳐 위기가 깊어졌던 시대도 있었다. 그렇다고 나라가 망하지 않았다. 10년 20년 후 나라를 고쳐 세워 국가 수명을 연장하고 번영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소국(小國)은 다르다. 항상 이번 위기가 결정적 위기라고 각오하고, 이번 기회가 마지막 기회라고 여겨야 살아남을 수 있는 나라다. 이스라엘과 싱가포르는 강하지만 작은 나라다. 기회 한 번, 위기 한 번이 나라 운명을 결판낸다. 1970년대 초 두 나라 총리 골다 메이어와 리콴유(李光耀)는 이런 대화를 나눴다. 메이어가 ‘우리는 잠시 한눈 팔면 동(東)지중해로 가라앉는다’라고 하자 리콴유는 ‘우리는 남(南)중국해로 침몰하지요’라고 받았다.

일본의 식민지로 굴러 떨어진 조선 500년 역사에서 나라를 바로 세울 중흥(中興)의 기회가 몇 번 있었을까. 현군(賢君)이었다는 영·정조 때가 기회였을까. 영명(英明)한 군주였던 정조는 유럽 세력에 의한 서세동점(西勢東漸)시대의 새벽에 중국 옛 문체(文體)를 되살리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그 후론 기회다운 기회도 없이 미끄러져갔다. 독립 기회가 거의 사라져버린 시대에 ‘개화당(開化黨)’과 ‘독립협회’가 탄생했다.

한국은 오랜 소국의 옷을 벗고 새 운명을 개척해야 한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여기서 ‘혼란을 키우는 세력’이 ‘혼란을 억제하는 세력’을 누르면 모든 것이 허사다.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이자 무간지옥(無間地獄)의 입구이기도 하다.....기회를 걷어차고 위기를 불러들이면 역사의 패잔병(敗殘兵)·세계의 낙오병(落伍兵)이 된다. ‘정치하는 사람들’, 그래도 괜찮다면 먼저 당신 앞 거울 속 얼굴에 침을 뱉어라.


https://v.daum.net/v/20230826031130996
[강천석 칼럼] 지금 한국에 절실한 興亡의 감각

 

[강천석 칼럼] 지금 한국에 절실한 興亡의 감각

대국(大國)이란 어떤 나라일까. 이번 기회를 놓쳐도 다음 기회를 기다릴 여유가 있는 나라다. 그들에겐 두 번째 세 번째 기회가 있다. 100년·200년·1000년 세계를 쥐락펴락 했던 로마·영국·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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