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3. 10. 14. 03:10
‘물통령’ 노태우 대통령이 한국 保守를 多數 정당으로 만들어
강남·서초·송파 정당 국민의 힘, 中上層 정당에서 中産層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 20년 됐을까. 일본 정치부 기자들이 서울에 왔다. 그들이 사무실에 들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중 하나가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한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저평가(低評價)된 대통령이 누굽니까.” 잠시 뜸을 들이다 “노태우 대통령요. 사실 우리는 노 대통령 시대에 만들어진 틀 속에 살고 있어요.” 뜻밖이란 표정이었다. 보통 일본인이 아는 한국 대통령은 박정희·김대중 두 대통령뿐이던 시절이었다.
기자가 일본 근무를 하던 1980년대 말 일본 국가 어젠다(agenda)는 ‘전후(戰後) 정치 총결산’이었다. 패전(敗戰) 50년이 됐으니 과거를 돌아보고 국가 진로를 재설정(再設定)하자는 뜻이었다. 그런 자리마다 미키 부키치라는 이름이 빠짐없이 등장했다. 일본의 대표적 진보 월간지가 꾸린 좌담회 끝머리에 ‘잊을 수 없는 정치인’으로 모두가 미키를 꼽았다. 좌파들이 우파 정치인 미키를 전후 일본을 만든 인물로 뽑은 것이다.
미키가 활동하던 1950년대 중반은 좌파 전성시대였다. 일본판 민노총 총평(總評), 일본판 전교조 일교조(日?組)가 세상을 들었다 놓았다 했다. 보수 성향 교수는 학생들 야유로 수업 진행이 어려웠다. 영화·연극·출판은 좌파 독무대(獨舞臺)였다. 당장 정권이 넘어갈 분위기였다.
일본 전후 부흥은 정치 안정 덕분에 가능했고, 정치 안정은 보수 통합으로 가능했고, 보수 통합은 미키가 있어서 가능했다고 평가한다. 전후 정치의 공(功)과 좌-우파 간 정권 교체가 불가능하게 만든 과(過)가 모두 미키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러터졌다’해서 ‘물통령’이라던 노태우 대통령은 돌아보면 ‘정치는 다수(多數)를 만드는 예술’이란 데 투철했던 대통령이었다. 100명 넘는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일본의 미키처럼 통합에 미친 의원이 하나라도 있을까.......보수 유권자.....상당수가 투표장에 나가지 않았다. 그렇기에 여권은 선거에 담긴 뜻을 더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https://v.daum.net/v/20231014031016861
[강천석 칼럼] ‘윤석열 대통령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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