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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칼럼] 마키아벨리와 리바이어던

바람아님 2023. 11. 2. 01:18

중앙일보 2023. 11. 2. 00:49

사당으로 전락해버린 여야 모습
정치실종은 정당의 죽음서 비롯
당내 이견 허용과 통합의 언어가
정치 기능 되살리는 변화의 시작

“이제 그만두셔야죠.”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악수를 청하는 대통령에게 했다는 말이다. 몇몇 의원은 악수를 하며 대통령의 얼굴을 보지 않았고, 몇몇 의원은 아예 악수 자체를 거부했다고 한다. 이른바 ‘정치의 실종’을 이보다 분명히 보여줄 수는 없을 것이다. ‘정치의 실종’은 ‘정당의 죽음’에서 비롯된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정당’의 성격을 잃은 지 오래. 여당은 대통령의 경호부대로, 야당은 당 대표의 방탄조끼로 전락해 버렸다. 이 나라에 공당(公黨)은 없다. 그저 대통령과 당대표의 사당(私黨)이 있을 뿐이다.

민주당은 마키아벨리스트를 군주로 모신 정당에 가깝다. 그 당의 대표는 ‘대인 조종의 기술, 도덕에 대한 무관심, 희생자에 대한 공감 부족, 제 이익에 대한 전략적 초점’ 등 이른바 ‘마키아벨리아니즘’의 전형적 특성을 두루 갖춘 인물이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어제 한 약속을 오늘 뒤집고, 도덕으로부터 자유롭고, 자기로 인해 희생된 이들의 고통에 무감한 그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냉철한 계산 하에 타인들을 조종해 제 이익을 극대화하는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가 의원이 되고 대표가 된 것은 개인적인 생존의 전략이었을 뿐, 거기에 무슨 공익이나 사명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 탁월한 능력으로 그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공당을 대표 개인을 결사옹위하는 것을 사명으로 아는 1인 정당으로 바꾸어 놓았다.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은 홉스의 리바이어던이 아니다. 제도가 그걸 허용하지 않는다. 이 사실을 대통령, 당내의 아부자와 당 밖의 지지자들이 깨닫는 것, 그게 변화의 출발이다. 입에 ‘자유민주주의’를 달고 사는 이들이 ‘자유민주주의’를 모른다는 것. 이상한 역설이다.


https://v.daum.net/v/20231102004901835
[진중권 칼럼] 마키아벨리와 리바이어던

 

[진중권 칼럼] 마키아벨리와 리바이어던

“이제 그만두셔야죠.”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악수를 청하는 대통령에게 했다는 말이다. 몇몇 의원은 악수를 하며 대통령의 얼굴을 보지 않았고, 몇몇 의원은 아예 악수 자체를 거부했다고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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