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2024. 3. 2. 00:21
[작품편 94. 모리스 위트릴로(+수잔 발라동)]
<동행하는 작품>
클리냥쿠르의 교회
코팽의 막다른 골목
노트르담 성당
누군가는 그가 강변에서, 누군가는 그가 교회와 병원 앞에서 정신없이 무언가 그리는 걸 본 기억이 있다고 했다. 심지어는 그가 악취 가득한 쓰레기장을 옆에 둔 채 또 그러고 있는 것을 똑똑히 봤다는 이도 있었다. 이들이 한 말은 다 사실이었다.
모리스 위트릴로(Maurice Valadon·1883~1955)는 당시 프랑스 파리의 모든 장소에서 볼 수 있었다. 걸인 행색의 그는 붓과 연필, 종이를 든 채 파리 곳곳을 누볐다. 거기가 어디든 마음에 들면 망설임 없이 자리를 깔았다. 그러고는 눈앞 장면을 화폭에 옮겨담기에 무섭도록 집중했다. 사람들은 정처 없이 떠돌며 파리를 그리는 위트릴로를 이상하게 봤다....그런데, 위트릴로는 그 수모를 겪고도 다음 날이면 또 거리를 걷고 있었다. 골목을 또 관찰하고, 눈에 보이는 걸 또 쓱쓱 그리고 있었다.
위트릴로의 그림은 단순했다. 명징한 주제도 없고, 화려한 기교도 없었다. 구도도, 표현기법도 제멋대로였다. 이러한 면은 그의 대표작 〈클리냥쿠르의 교회〉에서 여실 없이 볼 수 있다. 배경은 먹구름이 낀 듯 어둡고 축축하다. 교회 등 건물과 작게 그려진 행인 또한 전형적인 미(美)의 감정을 전하지 못한다. 교과서적 실력을 겨루는 살롱전(展)에 출품하면 탈락 반열에 오를 게 분명할 터였다....누구도 생각지 못했다....훗날 국가가 수여하는 최고 영예의 훈장을 받을 것이라고는. 나아가 조국을 대표해 권위있는 국제전에 참석하게 되리라고는.
의문투성이인 이 사내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는 왜 거리의 화가가 돼 골목길을 쏘다녔고, 어쩌다 그렇게까지 성공을 거둔 것일까. 위트릴로의 삶을 본격적으로 조명하기 앞서서는 한 여인의 이야기부터 해야 한다. 위트릴로의 어머니, 수잔 발라동(Suzanne Valadon·1865~1938)이다. 그녀는 돈 없는 화가의 집결지인 몽마르트 언덕에 둥지를 튼 여성이었다. 새침한 얼굴과 요염한 몸매로 수많은 예술가를 홀린 직업 모델이었다.
https://v.daum.net/v/20240302002106313
18세에 낳은 사생아는 알코올 중독자가 됐다…母子의 기구한 사연[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모리스 위트릴로 편]
'文學,藝術 > 아트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술로 승화된 뭉크 가족의 비극 [으른들의 미술사] (2) | 2024.03.07 |
---|---|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521] 샤갈의 마을 (2) | 2024.03.05 |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520] 고양이들의 왕 (2) | 2024.02.27 |
“이 미녀는 왜 이 꼴로?” 배위 사망 미스터리, 아무도 몰랐던 사연[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편] (1) | 2024.02.24 |
여성 화가의 도전[이은화의 미술시간]〈307〉 (2) | 2024.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