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2024. 3. 16. 00:11
[96. 잭슨 폴록]
<동행하는 작품>
No. 17A
벽화
심연
'잭슨 폴록, 그는 미국에서 현존하는 화가 중 가장 위대한가?'
1949년 8월8일, 미국의 유력 잡지 라이프(Life)는 지면에 이런 기사를 썼다. 그렇게 서른일곱 살의 화가를 한껏 치켜세웠다. 이 매체는 글과 함께 잭슨 폴록(Jackson Pollock·1912~1956)의 전신사진도 실었다. 분량도 네 페이지나 할애했다. 한 예술가에 이토록 공을 들인 건 창사 이래 처음이었다. 잡지 속 폴록의 인상은 매서웠다. 날카로운 눈과 퉁명스러운 표정, 탄탄한 체형, 팔짱을 낀 채 다리도 꼬고 있는 자세는 반항아의 표본 같았다. 근육질 마초 내지 카우보이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모습이었다.
라이프는 폴록의 사진 옆에 그의 대표작도 같이 첨부했다. 〈No. 17A〉였다. 이 그림은 비딱하게 서있는 터프가이보다 더 강렬했다. 대체 뭘 어떻게 그린 건지 알 수 없었다. 온갖 색깔이 거미줄 내지 실타래처럼 뒤엉켜있었다. 그나마 존재감을 갖는 건 짐승의 할큄처럼 그어진 흰색 붓질뿐이었다. 라이프의 후광을 업은 폴록은 곧장 미 전역에 이름을 알렸다.
폴록은 불안 중독자였다.
하지만 불안의 화마가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지는 않았다. 그 틈에서 피어나는 게 있었다. 그것은 성장과 발전이었다. 폴록은 살면서 단 한 번도 이 정도면 괜찮다며 주저앉은 적이 없었다. 그는 지긋지긋한 압박감 탓에 늘 신경을 곤두세웠다. 항상 무언가를 시도하고, 실험했다. 뼈를 깎는 고통이 끝없이 달라붙었지만, 이 덕에 매번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맞을 수 있었다. 그에게 불안은 무조건적인 악이 아니었다. 창작을 위한 충실한 뮤즈 역할도 한 셈이었다.
https://v.daum.net/v/20240316001132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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