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김윤덕 칼럼] ‘민주 건달’ 개탄했던 어느 사회주의자의 訃告

바람아님 2024. 4. 24. 00:59

조선일보  2024. 4. 24. 00:13

문재인·586 비판했던 ‘톨레랑스’ 지식인 홍세화… 죽음 목전에도 總選 투표
‘진보 참칭’해온 인사들의 더없이 화려한 부활에 그의 격문이 떠올랐다
‘한국 사회 어디에서 수치심 찾을 수 있나’

홍세화를 만난 건 작년 이맘때다. 암 투병 소식에 일면식도 없는 그에게 무턱대고 문자를 보냈었다. 답장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사회주의자인 그는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란 책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뒤 조선일보에 줄곧 비판적 태도를 견지해왔다. 그런데 두 시간 뒤 문자가 울렸다. 홍세화였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소중합니다’라면서도 인터뷰를 전제로 한 만남은 아니길 바란다고 했다.

사흘 뒤 우리는 광화문의 한 찻집에 마주 앉았다. 그는 일산에서 전철을 타고 왔다. 암 4기로 진단받았지만 생수를 사러 마트에 갈 때만 빼고 웬만하면 걸어 다닌다고 했다. 담배는 끊지 않았다고 했다. 암으로 죽는 것보다 암 스트레스로 죽는 사람이 더 많다며. 그는 온화하고 유머가 있는 남자였다.

차가 다 식을 무렵 기어이 불편한 질문을 던졌다. 조국 사태 이후 그가 일관해온 ‘진보 저격’에 관하여. 홍세화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부동산, 미투, 산업재해, 성 소수자 등 불편한 질문엔 침묵하면서, 국민청원게시판으로 ‘상소’나 받는 ‘임금님’이라고 비판해 파장을 일으켰었다.

찻잔을 만지며 홍세화가 말했다. “그땐 정말 빡쳤죠. 사회주의를 욕먹이고 진보를 참칭한 이들에게. 적어도 좌파 지식인이라면 ‘아, 이건 내가 해선 안 되는 거야’라는 원칙이 있어야 해요. 주식 투자, 펀드, 신분을 대물림하려 편법을 쓰는 것…. 부끄러움은 느껴야죠.”

전태일의 죽음을 보고 사회주의자가 됐다는 홍세화는 남민전 사건에 연루돼 프랑스로 망명해 살면서 톨레랑스(관용)에 눈떴다. 서로의 차이를 차별과 억압의 근거로 삼아선 안 된다는 관용, 힘의 투쟁보다 대화, 처벌보다 포용을 역설해온 그는, “조선일보가 사회적 약자들, 소외 계층의 편에 서주길 바란다”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홍세화가 그의 책에 쓴 한 줄 격문이 가슴을 때렸다. ‘지금 한국 사회 어디에서 수치심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약삭빠른 냉소로 가득한 이 도시에 온통 탁류가 흐르고 있다.’


https://v.daum.net/v/20240424001312116
[김윤덕 칼럼] ‘민주 건달’ 개탄했던 어느 사회주의자의 訃告

 

[김윤덕 칼럼] ‘민주 건달’ 개탄했던 어느 사회주의자의 訃告

홍세화를 만난 건 작년 이맘때다. 암 투병 소식에 일면식도 없는 그에게 무턱대고 문자를 보냈었다. 답장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사회주의자인 그는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란 책으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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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1(큰글자도서)
저자          홍세화
출판          창비  |  2019.3.1.
페이지수  187 | 사이즈    152*225mm
판매가      서적 2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