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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묵의 90년대생 시선] 이란혁명… 사진 두 장 그 바깥의 이야기

바람아님 2024. 4. 25. 00:52

조선일보  2024. 4. 25. 00:05

‘이란’ 하면 떠오르는 가장 일반적인 이미지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전후를 비교하는 두 장의 사진이다. 한 사진에서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는 여대생들의 모습이, 다른 사진에서는 검은 차도르를 뒤집어쓰고 머리와 몸매를 모두 가린 여성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이 두 사진은 ‘사회를 대대적으로 퇴보시킨 무지몽매한 종교 혁명’을 고발하는 매우 전형적인 이미지이다.

그러나 모든 역사적 사건이 그렇듯이 이란 이슬람 혁명과 이후에 등장한 이슬람 공화국 체제는 두 장의 사진으로 간단히 환원될 수 없는 복잡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란 현대사를 공부할 때 처음으로 느낄 수 있는 역설은, 근대화를 표방한 팔레비 왕정의 근대화 성적은 실망스러웠던 반면, 근대의 기획을 넘어서자고 했던 이슬람 혁명 정부가 근대화에서 훨씬 더 빛나는 성취를 거두었다는 데 있다.

1941년부터 1979년까지 재위한 팔레비 왕조의 두 번째 군주는 아들인 모하마드 레자 샤였다. 그는 선대 왕인 아버지의 근대화 사명을 완수하겠다고 나섰지만, 아버지와 달리 자신을 뽐낼 수 있는 과대망상적인 구상과 전시성 사업에 더 치중했다. 예컨대 모하마드 레자의 치세에 테헤란 거리에서 상류층 여성들은 세련된 옷을 입고 거리를 걸을 수 있었지만, 지방의 여아들이 학교에 가서 글을 배우는 것은 몹시 어려웠다.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다르게 여아들을 학교에 보내 여성 문해율을 극적으로 끌어올린 주역은 이슬람 혁명 정부였다. 혁명 직전 36%에 불과하던 여성 문해율은 1996년에 72%로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이 아이러니의 비결에는 혁명 정부의 강력한 사회 장악력이 있었다....팔레비 왕정 시절에 기회가 박탈되었던 빈곤층이 혁명과 전쟁에 참여하며 근대적 중산층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이란의 경험은 역사에서 ‘진보’와 ‘발전’을 정의하기가 무척 어려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사람들은 복장의 자유가 사라진 것을 보며 이란이 혁명으로 퇴보했다고 여긴다. 하지만 교육과 보건에서 혁명은 이란 사회를 대대적으로 발전시켰다. 

그런데 한국의 역사라고 다를까? 20세기 한국의 역사는 명백한 발전의 역사였다. 그 결론은 누구나 동의한다. 하지만 그 과정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는 그야말로 ‘역사 전쟁’이 벌어진다.....사진 두 장만 보고 과거를 판단하는 일은 분명 어리석은 일이니 말이다.


https://v.daum.net/v/20240425000516601
[임명묵의 90년대생 시선] 이란혁명… 사진 두 장 그 바깥의 이야기

 

[임명묵의 90년대생 시선] 이란혁명… 사진 두 장 그 바깥의 이야기

‘이란’ 하면 떠오르는 가장 일반적인 이미지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전후를 비교하는 두 장의 사진이다. 한 사진에서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는 여대생들의 모습이, 다른 사진에서는 검은 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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