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24. 6. 27. 00:30
올해 부유층 유출 세계 4위 전망
AI 및 반도체 인재 이탈 심상찮아
보상체계와 세제 등 대수술 필요
약 10년 전 ‘헬조선’이란 말이 유행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한국 청년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지옥(hell)’이라 부르며 탈출 방법을 찾고 있다”는 기획기사(2016년 1월 31일)를 내보낼 정도였다. 기사엔 ‘금수저’와 ‘흙수저’로 대변되는 빈부 격차의 대물림, 장시간 근로, 저임금 비정규직 증가 등에 대한 청년들의 좌절감이 소개됐다. 2024년 한국은 어떤가. 오히려 끔찍한 각자도생이 강화됐다. 집값은 폭등했고, 안정적인 일자리 구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그 상징적인 결과가 세계 일등이 된 저출생이다. 1분기 합계출산율은 0.76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여기에 새로운 현상이 가세하고 있다. 그 하나가 부자들의 한국 엑소더스다. 영국의 투자이민 컨설팅업체 헨리앤드파트너스는 한국의 고액 순자산 보유자(투자 가능 유동자산 100만 달러 이상)의 순유출이 올해 12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1만5200명), 영국(9500명), 인도(4300명)에 이은 세계 4위다. 한국의 부자 순유출은 2022년 400명에서 지난해 800명으로 늘더니 올해 50% 더 증가한다는 예상이다. 시진핑 체제에서 감시와 통제가 심해진 중국, 브렉시트 이후 경기 침체에 시달리는 영국이야 그렇다 쳐도 한국이 4위라는 것은 의외다(5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
한국을 떠나는 건 백만장자뿐이 아니다. 첨단기술 인재들의 이탈은 심상치 않다. 최근 하와이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한 반도체학과 교수는 미국 빅 테크 기업에 있는 지인들에게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삼성과 SK하이닉스 등의 직원들로부터 비자 추천서를 써달라는 요청이 확 늘었다는 거였다....AI 분야 수준급 인재는 초봉이 10억원을 훌쩍 넘는다고도 했다. 국내 기업이 맞춰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미국 빅 테크가 그만큼 인재 확보에 필사적이라는 얘기였다.
청년과 부자와 인재가 떠나는 사회의 미래가 밝을 리 없다. 그들을 붙잡기엔 보상 체계도, 고용 시스템도, 세제도, 교육도 다 한참 낡았다. 확 뜯어고쳐야 한다. 과감한 개혁을 통한 국가 대개조 외에 다른 해결책은 없다. 그런데도 정작 여야 정치권은 극렬 대립으로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 이런 직무유기가 없다.
https://v.daum.net/v/20240627003025416
[이상렬의 시시각각] 부자와 인재가 떠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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