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24. 8. 8. 00:32
일방처리→거부권→폐기 무한루프
개원 두 달 넘도록 민생법안 ‘0건’
특검·탄핵 등 이젠 무감해질 지경
여당 새 지도부 ‘정치 복원’ 나서야
개원한 지 두 달. 그동안 여야가 합의처리한 민생법안은 한 건도 없었다. 8개 상임위에선 아예 법안심사 자체를 하지 못했다. ‘개점휴업’ 상태에서도 정쟁을 향한 열정은 충만하다. 그새 7건의 탄핵안, 9건의 특검법이 발의됐다. 지금 시도되는 국정조사만 무려 4건이라 한다.
그동안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6건. 민주당에서 일방처리한 것들로, 모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될 예정이다. 발의→거부권→폐기→재발의→거부권→폐기→재재발의→거부권→재재재발의→거부권→폐기. 쓰레기통 속 법안을 재활용해 다시 쓰레기통으로 되돌리는 무한루프.
결과가 빤히 보이는데 지치지 않는 그 열정이 부럽다. 야당의 192석은 ‘전능’하다. 실제로 그 힘으로 사법부를 위협하고, 행정부를 넘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들이 그 ‘전능’으로 증명한 것은 철저한 ‘무능’이다. 요란하기만 했지 192석 갖고 두 달 동안 뭘 했는가?
국정운영의 책임을 진 정부·여당도 느긋해 보인다. 낮은 지지율은 상수가 됐다. 거부권 행사에 따른 정치적 부담도 한두 번. 자꾸 반복되면 국민도 둔감해진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635건의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탄핵이 거론되지 않았다.” 아직 615회 정도 여유가 있다는 얘기다.
다들 실없어졌다. 왜 그럴까? 이유가 있다. 한 사회가 유지되려면 상식(common sense), 즉 사회 성원 대다수가 공유하는 공통의 양식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그 공통의 지반이 무너져 버렸다. 그 결과 국가 전체가 통약 불가능한 두 극단으로 쪼개져 버린 것이다. 이 양극화는 유튜브 정치의 필연적 결과다.
중요한 것은 실종된 정치를 복원하는 것이다. 그게 국정을 책임진 집권 여당의 책무다.....여당의 마지막 기회, 어쩌면 한국정당의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른다. 여당은 여당다워야 한다. 승리는 야당을 말싸움으로 누르는 데가 아니라, 여당으로서 책임의식을 가지고 ‘정치의 복원’을 주도하는 데에 있다.
https://v.daum.net/v/20240808003218880
[진중권 칼럼]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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