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무인기 北소행 결론]

바람아님 2014. 5. 9. 11:50

GPS좌표 해독 ‘스모킹 건’ 확인
中민간업체 제품과 크기-무게 비슷… 정부 “안보리-ICAO 제소 검토”



경기 파주와 서해 백령도, 강원 삼척지역에서 발견된 무인기 3대의 발진 및 복귀 지점이 모두 북한지역으로 드러나면서 이번 사태는 북한의 대남 정찰행위로 최종 결론이 났다. 그러나 북한 무인기에 대한 실질적인 국제 제재나 책임 추궁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3월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094호는 무기 관련 물품의 북한 거래를 금지하고 있지만 비공식 루트로 북한에 유입되는 소형 무인기까지 걸러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 소형 무인기의 군사적 위협이 확인된 만큼 대북 수출금지 품목으로 지정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 개성 해주 평강서 발진해 대남정찰 중 추락


군 당국은 지난달 한국과 미국의 무인기 전문가로 조사전담팀을 구성해 무인기의 메모리 칩에 저장된 임무명령서를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무인기의 비행계획과 비행경로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좌표가 확인되면서 북한의 소행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3월 24일 파주에서 발견된 소형 무인기는 황해남도 개성 서북쪽 약 5km 지점에서 이륙해 개성∼파주∼고양∼서울 등 총 133km를 비행한 뒤 복귀하도록 비행계획이 입력돼 있었다. 비행설정 고도는 2.5km, 사진촬영 고도는 1.2∼2km로 설정됐다. 3월 31일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황해남도 해주 동남쪽 약 27km 지점에서 이륙해 소청도∼대청도∼백령도 상공을 비행한 뒤 귀환할 계획이었다. 비행설정 고도는 1.8km, 사진촬영 고도는 1.7km로 입력돼 있었다. 김종성 북한 무인기 한미공동조사팀장은 “파주와 백령도 무인기 모두 북한이 미리 입력한 비행계획과 사진 촬영경로가 완벽하게 일치했다”고 말했다.

강원 삼척에서 4월 6일 신고된 무인기는 강원 평강 동쪽 약 17km 지점에서 발진해 화천∼춘천∼사내∼근남지역을 비행한 뒤 복귀하도록 비행계획이 입력돼 있었다. 비행설정 고도는 2.5km로 확인됐지만 촬영사진 자료가 유실돼 비행계획과 사진촬영 경로의 일치 여부, 사진촬영 고도 등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무인기 3대 모두 한국의 주요 군사시설과 청와대 등 핵심 시설로 이동하도록 비행경로 좌표가 입력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백령도 무인기는 소청도와 대청도를 횡단하면서 고속정기지 등을 집중 촬영했다. 파주 무인기는 북한군의 침공 예상로인 국도 1호선을 따라 남하한 뒤 청와대 상공까지 촬영하고 복귀하던 중 추락했다.


○ 중국제 무인기 홍콩 거쳐 입수한 뒤 복사나 개조

군 당국은 북한이 중국제 무인기를 홍콩 등 제3국을 경유해 입수한 뒤 이를 대남 정찰용으로 개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파주와 삼척에 추락한 무인기는 중국의 민간업체인 트랜콤의 ‘SKY-09P’ 무인기와 날개폭(1.92m)과 길이(1.21m)가 1cm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날개도 가오리 형태로 매우 흡사하고 이륙중량도 13kg으로 같다. 백령도 무인기도 중국의 마이크로플라이사의 ‘UV10CAM’ 무인기와 크기와 형태가 같고 체공시간(약 4시간), 비행속도(시속 약 90km)도 일치한다. 군 당국은 중국대사관을 통해 중국 무인기들의 관련 정보를 공식 요청했지만 답변을 얻지 못하고 있다. 트랜콤은 지난달 홍콩 언론을 통해 북한에 무인기를 수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무인기 도발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유엔 안보리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제소 등을 검토하고 있는데 실질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보리 이사국들이 무인기를 군사 목적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고 특히 중국은 자국산 모델이 북한으로 흘러가 무인기 제작에 활용됐다는 의구심을 받고 있어 소극적 태도로 일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청와대 등 중요시설에 이스라엘제 저고도 탐지레이더를 연내에 도입 배치하는 한편 전 부대의 대공 감시태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소형무인기 탐지 및 타격장비도 보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