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24. 9. 2. 04:31
새벽녘, 붉게 타오르는 태양이 부산 해운대 백사장을 뜨겁게 달구기 시작할 무렵, 낮게 드리운 몽환적인 해무가 장관을 연출했다. 흰 구름이 바다에서 솟아올라 백사장을 순식간에 뒤덮는 광경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해안가에 조깅하러 나온 사람들은 붉은 일출과 하얀 해무에 휩싸여 모래사장도, 사람도, 공기도 모두 붉은빛과 흰빛으로 뒤덮였다. 따뜻한 공기가 찬 바닷물을 만나 만들어진 해무는 올해 들어 부산 바닷가에서 자주 목격되고 있다.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수온과 기온의 차이가 커지면서 해무 발생 빈도가 높아진 것이다.
해무는 야누스의 얼굴을 지녔다.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하지만, 누구에게나 좋은 것은 아니다. 입욕이 금지되면서 상인들은 어려움을 겪고, 모처럼 여름을 즐기려던 피서객들은 아쉬움을 삼켜야 한다. 또한, 해무로 인해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선박 운항에도 위험이 따른다.
여름이면 찾아오는 해무는 단순히 자연현상을 넘어,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관광자원이다. 막바지 여름, 해무를 보며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방법을 새삼 고민해 본다.
https://v.daum.net/v/20240902043127708
[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몽환적 아름다움, 해운대 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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