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박정훈 칼럼] 윤 대통령은 '보수'인가

바람아님 2024. 9. 21. 02:48

조선일보  2024. 9. 20. 23:58

이재명 범죄 혐의에 혀를 차다가도
“김 여사는?”이란 반박을 당하면 궁색할 때가 많다…
보수 지지자들로선 속된 말로 ‘X팔리는’ 심정이 된 것이다.

의료 선진국을 자부하는 나라에서 “아프지 마세요”란 인사가 유행했다는 것은 참담한 얘기다. 추석 연휴 중 구급차에 실려 가기라도 하면 큰일이라며, 조심하라는 말로 한가위 덕담을 대신한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다행히 대란은 없었지만 결코 호들갑이 아니었다. 탈진한 의사들이 한계에 몰리고 ‘응급실 뺑뺑이’가 잇따르는 현실 앞에서 “아프지 말라”는 것은 그야말로 실존적인 불안감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의료 개혁엔 누구나 동의한다. 그러나 실행 방식이 너무도 거칠고 과격하고 무모했다. ‘2000명씩 5년간 증원’이란 수치부터 비현실적이었다. 개혁을 한다면서 개혁 대상을 어떻게 설득할지 면밀한 실행 계획도 없이 밀어붙이기만 했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고전하는 것은 문제 해결 능력의 빈곤 탓이다. 이유야 어쨌든 국민으로 하여금 ‘아프면 어떡하나’를 걱정하게 하는 것은 제대로 된 정부가 아니다. 개혁은 꼬일 대로 꼬인 채 의사 집단만 반정부 투사로 내몰고 말았다.

의사뿐 아니다. 대통령의 격노로 시작됐다는 ‘채 상병 사건’으로 해병대 예비역들과 충돌했고, 연구·개발 예산 삭감 소동으로 과학기술인이 등을 돌리게 했다. 윤 정부가 전쟁을 벌인 의사·해병대·과학자들은 어느 직종보다 확고한 국가관과 공적 마인드를 보유한 집단이다. 자유 민주주의를 신봉한다는 보수 정권이 보수의 주력 직업군과 잇따라 충돌하며 내전(內戰)을 벌이고 있다. 우군을 적으로 돌린 셈이다.

보수는 현실주의자다. 실천 가능성을 따져가며 점진적·실용적으로 풀어가는 것이 보수의 문제 해결 방식이다. 윤 정부 국정은 보수의 스타일과 거리가 먼 경우가 잦다....윤석열식(式) 정치는 보수의 영토를 잘라내는 ‘뺄셈의 정치’에 가깝다....윤 대통령은 보수 주류층까지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 문제 때문이다....김 여사의 월권을 수수방관 방치하는 윤 대통령의 태도를 보수층은 도무지 납득하기 힘들다.

지지 기반이 무너지는 비상 상황에서도 윤 대통령은 현실을 보려 하지 않는다....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자신이 보수라는 사람 중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3%로, ‘지지한다’ 38%를 압도했다. 보수층조차 윤 정권의 실체에 실망하고 있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이 보수의 정체성을 의심받을 때 어떤 비극적 상황이 벌어질지 상상만으로도 두렵다.


https://v.daum.net/v/20240920235816734
[박정훈 칼럼] 윤 대통령은 '보수'인가

 

[박정훈 칼럼] 윤 대통령은 ‘보수’인가

의료 선진국을 자부하는 나라에서 “아프지 마세요”란 인사가 유행했다는 것은 참담한 얘기다. 추석 연휴 중 구급차에 실려 가기라도 하면 큰일이라며, 조심하라는 말로 한가위 덕담을 대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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