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活文化/세상이야기

대형 돔 건물이 불쑥..공기오염에 대한 그들의 자세

바람아님 2014. 5. 17. 09:51
    5월1일 노동절 연휴를 즐기고 출근길에 나섰던 항저우 시민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신펑로에 못보던 대형 돔 건물이 불쑥 솟아났기 때문입니다. 크기가 축구장 3배인 2만 제곱미터에 달하고 높이는 36미터에 이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어떤 운동 경기라도 벌일 수 있는 대형 돔구장처럼 보입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버려졌던 땅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원래 해당 지역은 항저우시가 운영하는 거대한 농약 공장이 있던 곳입니다. 오랫동안 농약을 생산하면서 토양은 각종 독극 물질로 오염됐습니다. 근처에만 가도 자극적인 냄새가 코를 찌르고 공기중에 비산된 화학물질로 눈을 뜨기 어려웠습니다. 산업 발전을 위해 환경은 뒷전이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결국 2009년 농약 공장은 문을 닫았지만 이미 아무도 살 수 없는 땅이 돼버렸습니다.

지난 2012년 항저우시 자산경영투자 그룹이 이 지역의 토양 복원에 나섰습니다. 시가 커지면서 요지에 자리 잡은 금싸라기 땅을 그냥 버려둘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공사를 맡은 항저우 대지환경보호 유한공사는 하지만 얼마 해보지도 못하고 작업을 바로 중단해야 했습니다. 토양 복원을 위해 땅을 파자 스며들었던 각종 화공물질이 공기중에 비산했고 역한 냄새가 더욱 강해졌던 것입니다. 주변 주민들이 도저히 생활을 할 수 없다며 강력히 항의했습니다. 반발이 너무 거세 공사를 지속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땅은 다시 버려졌습니다.

1년 넘게 고민하던 업체가 들고나온 방법이 앞서 보신 돔 건물입니다. 막대한 돈을 들여 그 넓은 땅을 감싸버렸습니다.

업체측은 이런 돔의 효과를 두 가지로 설명합니다. 첫째는 당연히 토양속 화할물질의 비산을 막는 것입니다. 돔이 냄새가 공기중에 퍼지는 것을 막아 줍니다. 둘째는 돔 안에 탈취제를 집중적으로 뿌려 역한 냄새를 저감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업체측은 대형 분무기를 거의 하루종일 돌려 돔 안에 방향제를 뿌리고 있습니다.

업체의 이런 통 큰 결정 덕분에 이 지역 토양의 소독과 복원 작업은 현재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항저우시가 이렇게까지 대기 오염에 신경을 쓰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항저우시는 원래 공기가 맑고 풍광이 아름답기로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도시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겨울 항저우 시민들은 충격적인 경험을 했습니다. 베이징 등 북방에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지독한 스모그에 한달 가까이 시달린 것입니다. 코 앞도 보기 힘든 스모그가 도무지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자 항저우 시민들은 공기 오염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항저우에서는 최근 쓰레기 소각장 건설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경찰차에 불을 지르고 30대 이상의 차량을 부술 만큼 격렬하고 과격한 시위였습니다. 시위 주동자로 53명이나 구속될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공기 오염에 민감하다보니 토양 복원 업체도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공사를 계속 진행하려면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도 대기 오염에 대해 완벽한 대책을 내놔야 했습니다.

중국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나라가 100년, 200년 걸려 이룬 경제 성장을 단 몇 십년 만에 압축적으로 해냈습니다. 소위 '눈부신 성장'을 했지만 부작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잘 살겠다'는 목표 아래 환경과 복지, 안전, 공동체 의식 등 다른 주요한 개념들은 모두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매일 같이 해야 할 일을 미뤄 쌓아놓게 되면 나중에 한꺼번에 처리하기 얼마나 어려운지 종종 경험합니다. 일기나 숙제가 그렇고, 설겆이나 청소도 비슷합니다. 나중에는 어디서 어떻게 손을 대야할지 막막할 지경이 됩니다. 지금 우리나 중국이나 그런 처지입니다.

세월호 사건 역시 같은 경우입니다. 교통수단은 대형화 되고, 겉모양은 더 화려해지고, 체계는 더욱 복잡해졌지만 이를 운용하는 우리의 제도나 의식 수준은 함께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모든 미비점과 구멍들이 모이고 쌓여 이토록 큰 비극으로 폭발했습니다. 이제 와서 고치려고 보니 온통 헛점 투성이라 막막할 따름입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고통스럽고 힘들더라도 대수술에 나서야지요. 지상 과제였던 경제 발전을 잠깐 미뤄 놓더라도 환경과 안전, 복지 등 사회 운용의 필수적인 요소들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보수하고 가야지요.

그런 점에서 토양 복원을 위해 돔 건물을 짓는 중국의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