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10대 여학생이 주 하원의원 후보 경선에서 현역 중진 의원을 물리쳐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웨스트버지니아 주에 사는 새러 블레어. 졸업을 며칠 앞둔 고교생이다. 블레어는 지난 13일 웨스트버지니아 59선거구(마틴스버그)에서 열린 공화당 주 하원의원 후보 예비경선에서 3선을 노리는 66살인 래리 컴프 현 의원을 눌러 이겼다.
이제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인 44살 래인 디엘과 맞붙을 건데 이 지역이 워낙 공화당 텃밭이어서 블레어의 의회 진출은 '따논 당상'이라 할 수 있다.
블레어는 올해 17살, 오는 7월11일이면 딱 18살이 된다. 웨스트버지니아의 경우 선거일 기준으로 18살 이상이면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함께 주어지기 때문에 블레어의 출마는 가능했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절반 가량은 선거일 당일 18살 이상이면 선거권을 주고 18개주의 경우 피선거권을 21살 이상에게만 주고 있다. 따라서 지난 1998년 이후 지금까지 10대 주 의원은 모두 6명 배출됐는데 블레어가 최종 당선될 경우 미국 역사상 최연소 주 의원이 될 것이라고 한다.
실제 이번 예비경선 투표 참가자는 1600여명, 저조한 투표율에 표 차이는 144에 불과했으니 정치적 무관심이 빚은 결과라는 비판도 가능할 것 같다.
그러나 블레어의 노력과 각오를 살펴본다면 생각은 조금 달라진다.
블레어는 낙태반대, 총기소지 찬성 등 공화당 전통 보수 전략을 구사하고 '일자리'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있다. 또 기업 세금 감면을 위해 어느 업종의 세금을 얼마나 내려야할지 구체적인 리스트를 줄줄 외우고 있다.
말하자면 별안간 정치에 뛰어든 게 아니라 나름 '준비된' 후보라는 이야기다.
블레어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무엇보다 집안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 크레이그 블레어는 주 하원의원 8년을 지낸 뒤 2년전 주 상원의원에 당선된 인물이다.
새러 블레어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 선거 운동을 도왔고 아버지를 따라 공화당 모임에 자주 드나들었다. 각종 정치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것은 물론이다.
그 결과 다른 10대들에 비해 정치적 관심이 높았고 또래 사이에서 리더십을 발휘했다. 블레어의 출마를 놓고 그가 재학중인 헤지스빌 고교에서는 정치에 대한 토론이 활발히 이뤄졌고 경선 당일에는 400여명의 학생들이 투표소로 나와 어른들의 투표 독려를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 운동은 의외로 '올드 패션'이었다. SNS 보다는 일일히 유권자의 집을 방문해 선거 포스터를 붙였고 손으로 직접 쓴 편지를 수백통씩 부치는데 주력했다.
그러다 보니 선거 비용도 경쟁자 컴프(1840달러)에 비해 훨씬 많은 4900달러를 썼고 이 가운데 2300달러는 대출을 받아 충당했다고 한다.
그 결과는 깨끗한 승리. 경쟁자였던 컴프 역시 "블레어가 효과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고 나보다 선거 운동을 더 잘했다"면서 결과에 승복했다.
블레어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기대도 상당하다.
한 주민은 NPR과의 인터뷰에서 "요즘 세상에 무슨 일이 있든지 도무지 신경쓰지 않는 젊은 사람들이 많다"면서 "블레어가 현역 의원을 이긴 것은 제대로 된 시각을 갖고 있고 사람들도 변화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중간 선거에서 맞붙을 민주당 래인 디엘 후보 역시 "일찍부터 사회와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블레어는 올 가을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지만, 중간 선거에서 당선될 경우 의정 활동을 위해 첫 학년은 휴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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