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活文化/세상이야기

금팔찌 1억 원 어치를 두른 신부

바람아님 2014. 5. 31. 08:58
  며칠 전 광둥성 중산시에서 중국에서도 보기 드물게 성대한 결혼식이 열렸습니다. 일단 결혼식장부터 현지 언론의 표현대로라면 '웅장'했습니다. 식장 앞에는 결혼 축하 행렬에 쓰일 세계의 명차들이 줄줄이 서있었습니다. 벤츠, BMW는 물론 람보르기니, 페라리, 마세라티 등 한 자리에서 보기 힘든 유명 경주용 차까지 즐비했습니다. 차량 번호도 범상치 않았습니다. 상당수가 번호 끝이 '888' 또는 '666'으로 끝났습니다. 번호판 경매를 통해 받으려면 적어도 1억 원을 넘게 줘야하는 행운의 숫자들입니다.

하지만 결혼식의 압권은 신부의 모습이었습니다. 7~8줄의 금목걸이를 걸고 있는 신랑과 팔짱을 낀 신부는 말 그대로 '금빛 찬란'했습니다. 우선 양팔에 두터운 금팔찌를 4개씩 모두 8개를 찼습니다. 그리고 3단으로 된 금목걸이에 금팔찌를 주렁주렁 걸었습니다. 금팔찌만 모두 70개에 달했습니다.

인터넷에서 비슷한 금팔찌의 가격을 알아봤습니다. 한 개에 평균 9천 위안으로 어림잡아도 우리 돈 1억 원을 훌쩍 넘습니다. 금팔찌 한 개의 무게를 50그램으로 볼 때 목에 걸고 있는 무게만 3.5킬로그램에 달합니다. 결혼식 끝나고 신부 목이 무척 아팠을 듯합니다.

광둥을 비롯한 중국 남부 지방에서는 제대로 인사를 차려야 하는 지인의 결혼식에 금팔찌를 선물한다고 합니다. 물론 매우 비싸다보니 재력이 있는 사람만 선물하거나 또는 여러 친지, 친구가 돈을 모아 함께 사기도 합니다. 어떻든 남부 지방의 좀 잘나간다하는 집안의 결혼식에는 신부가 양팔에 여러 개의 금팔찌를 차고 있는 모습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팔이 모자라면 목걸이에 금팔찌를 걸기도 합니다. 유력한 집안일수록 이 금팔찌의 개수는 늘어납니다.

그러다보니 신부가 걸고 있는 금팔찌의 개수는 가문의 능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만큼 재력 있는 친구나 친지가 많다는 얘기이고 결국 좋은 가문 출신이라는 뜻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광둥 지방에 딸을 가진 부모들은 평소 돈이 생길 때마다 금팔찌를 사둔다고 합니다. 설사 선물로 들어오는 금팔찌가 몇 개 안되더라도 스스로 사 모은 금팔찌를 걸고 가문의 실력을 과시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달 말에도 '황금 신부'라는 제목의 사진이 중국 인터넷을 도배한 적이 있습니다. 광둥성 순더시에서 지난해 12월15일 열렸던 결혼식 사진이 뒤늦게 화제가 됐습니다. 당시 신부가 머리에 쓰고 목과 귀, 팔 등 온 몸에 두르고 있는 금붙이는 50점에 달했습니다. 중국 네티즌들은 '신기록'이라며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그 '비공인 신기록'이 보기 좋게 깨졌습니다. 금팔찌만 70개이니까요. 당연히 이런 막대한 재력의 소유자가 누구인지를 놓고 중국 인터넷이 뜨거웠습니다. 신랑이 중산시를 기반으로 하는 재벌 그룹의 아들이라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해당 그룹은 우리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라며 발끈했습니다.

알고 보니 신부의 아버지 리모씨가 이 지역 토호였습니다. 바로 옆 샤시현의 수도 공사 사장이었습니다. 지금은 퇴직하고 부동산업과 인테리어, 주류업 등을 하는 사업가입니다. '농촌 지역의 수도 공사 사장이 무슨 돈이 그렇게 많을까'하는 의혹 제기가 이어졌습니다.

리씨의 설명입니다. "지금 65세로 퇴직한지 몇 년 됐습니다. 제 재산을 놓고 말이 많은가본데 어이없습니다. 샤시현 수도 공사는 제가 거의 세우다시피 했습니다. 맨손으로 지역 주민들과 수도 시설을 만들고 이를 확장했습니다. 거의 무에서 유를 만들어냈습니다. 하찮은 수도 회사를 번듯한 큰 회사로 탈바꿈시켰습니다. 그런 회사를 퇴직하면서 정부에 그대로 넘겼습니다. 정부로부터 돈 한 푼도 받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재산은 그동안 모은 급여와 퇴직금,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시작한 사업으로 일궜습니다."

'너무 사치스런 결혼식으로 인민들에게 위화감을 주는 것 아니냐'는 비난에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도 딸아이의 결혼식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기가 그렇게 하고 싶다는데 막을 방법이 있나요? 금팔찌 등은 거의 모두 선물입니다. 딸은 해외에 사는 부유한 친구들이 많습니다. 또 제 아들들도 부동산 사업을 하고 있어 지인이 꽤 됩니다. 그런 사람들이 준 것입니다. 누구 것은 차고, 누구 것은 차지 않을 수 없으니까 할 수 없이 그렇게 목에 걸었던 것이죠. 사위가 걸고 있는 목걸이는 제가 해준 것 맞습니다. 아내가 강력히 요구하더군요. 사위에게 제대로 된 결혼 선물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그래서 선물 받았던 금붙이에 금을 조금 더 사서 만들어줬습니다. 제가 아내를 이길 힘이 있나요."

적어도 그런 호화스런 결혼식 사진을 올리는 것은 막아야하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다들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결혼식 장면을 찍어서 자기네 멋대로 올리는데 제가 무슨 수로 막습니까? 제 딸애 결혼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것입니다. 괜히 질투가 나니까 말도 안 되는 험담을 하고 모함을 하는 것이죠."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금목걸이를 온 몸에 주렁주렁 달고 있는 신부의 모습이 아름답습니까? 저는 처음 사진을 본 순간 사람 두개골을 목에 걸고 있는 만화 속 식인종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사랑과 행복의 상징이어야 할 신부가 탐욕의 화신처럼 비쳤습니다.

진심으로 기뻐하고 축하하는 마음은 아무 가치가 없는 것일까요? 반드시 금팔찌와 같은 재물로 계량화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결혼의 행복은 금팔찌를 통해서만 형상화되는 것일까요? 가문의 능력을 금팔찌의 개수로 평가할 수 있을까요?

사진을 보면서 머릿속에는 가슴 답답한 질문만 꼬리를 물고 떠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