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活文化/感動·共感

아직도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 '아가사 크리스티 실종사건'

바람아님 2014. 6. 15. 11:05
    뮤지컬 무대에 오른 '추리소설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1890~1976·Agatha Christie)의 삶 '아가사'

작년말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막을 올렸던 '아가사'는 아가사가 실종됐던 실제 사건을 실존 인물과 가상의 사건을 연결시켜 재구성한 미스터리 스릴러 작품이다.

'블랙메리포핀스'로 성공적인 프로듀서 반열에 오른 김수로와 대학로의 떠오르는 연출가 김태형이 손을 잡을 잡은 데다, 배해선·양소민·진선규·박한근 등 탄탄한 출연진이 공개되면서 팬들의 기대감도 고조됐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작품이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유는 바로 아가사 실종사건 그 자체에 있다.

◇ 아가사 크리스티 ⓒ 아시아브릿지컨텐츠

추리소설 여왕의 탄생

영국의 대표적인 추리소설 여류작가 아가사는 어려서부터 음악과 독서에 관심이 대단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11살 때 잡지에 시를 기고한 이력이 있을 정도로 글쓰기에 일가견이 있었다.

하지만 아가사에게도 색다른 이력이 있다. 댄스파티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아치볼드 크리스티 장교가 1차 세계대전 참전하자, 간호사로 육군 병원 약국에 근무했던 것. 이러한 경력은 그녀의 추리소설에서 독약을 이용한 살해를 짜임새 있게 구성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전쟁 중에 결혼한 첫 번째 남편 아치볼트 크리스티를 다시 전쟁터로 떠나보낸 후 친언니와 추리소설을 쓰는 일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아가사는 "내가 결과를 예측 못 하는 소설을 너는 쓸 수 없을 거야"라고 장담하는 언니의 도발에 자극을 받아 독약을 사용하는 추리소설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을 3주 만에 탈고했다. 그녀의 역사적인 첫 작품이다.

수많은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하다 4년이나 지나서야 세상의 빛을 본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이 호평을 받자 아가사는 '비밀결사' '골프장 살인사건' 등을 잇따라 발표하며 미스터리 작가로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1926년, 아가사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 중 하나인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을 발표했다. 추리 소설의 고전으로 여겨지는 있는 이 작품의 결말은 당대는 물론 현재에 이르기까지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미궁 속에 빠진 실종사건, 11일간의 사라진 기억

하지만 아가사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사랑하는 어머니의 급작스러운 죽음, 그리고 사랑했던 남편 아치볼드 크리스티의 외도와 이혼요구로 인해 아가사는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던 것.

급기야 아가사는 세간의 관심을 뒤로하고 돌연 실종됐다. 아가사는 저녁 식사 후 드라이브를 나간다고 말한 후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날 아가사의 소지품이 남아 있던 차가 호수 근처의 풀밭에서 발견됐고, 이 때문에 사람들은 아가사의 자살을 의심하기도 했다.

열흘 동안 전문가와 경찰, 기자들은 다양한 가설을 세워가며 수많은 인원을 동원해 근처를 철저히 수색했지만 그녀의 시신 혹은 실종의 흔적도 찾지 못했다. 그리고 실종 11일째, 그녀의 집에서 멀리 떨어진 근교의 호텔에서 남편의 내연녀 이름으로 숙박 중이던 아가사를 발견해냈다.

발견 당시 아가사는 실종됐던 11일간의 일에 대해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이후 본인의 자서전에서도 단 한마디도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죽음과 남편의 외도 등에서 비롯된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심인적 기억상실을 가장 우세한 진단으로 여길 뿐이다.

실종 2년 후, 아가사는 여행 중 만난 고고학자 레너드 울리 경의 소개로 연하의 고고학자 맥스 맬로원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두 번째 결혼을 한다. 이후 '오리엔트 특급살인' 'ABC 살인 사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쥐덫' 등 수많은 추리소설과 희곡까지 집필하며 작가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다.

뿐만 아니라, 1967년 여성 최초로 영국 추리협회 회장직에 앉게 되고, 1971년에는 추리소설에 대한 공로로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데임(Dame) 작위를 받는다. 1976년 1월 12일 85세의 삶을 마감했지만 영원히 어느 누구에게도 물려줄 수 없는 추리소설계의 여왕의 자리에 올라 있음은 변치 않는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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