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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원의 영화가 즐거워]니콜키드먼, 왜 그레이스 켈리 '얼굴 흉내내기'는 안했을까?

바람아님 2014. 6. 25. 11:34

#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철의 여인''다이애나' 여주인공 중 가장 안닮다

영화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는 실존했던 여배우나 유명 여성을 그린 실화영화 중에서 실제 주인공과의 싱크로율이 가장 낮다. 그러나 재미 면에서는 뒤지지 않는다. 영화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이나 '철의 여인', '다이애나'와 비교해서 그렇다.

↑ 실제 마릴린 먼로와 영화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2011)에서 마릴린 먼로를 연기한 미셀 윌리엄스

↑ 실제 다이애나비와 영화 ‘다이애나’(2013)에서 다이애나비 역 맡은 나오미 왓츠

↑ 영화 ‘나는 결백하다’(1955) 속 실제 그레이스 켈리와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2014)에서 그레이스 켈리를 연기한 니콜 키드먼

↑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 스틸

영화 '철의 여인'의 마가렛 대처 수상을 연기한 메릴 스트립은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치아보정을 하고 코에 보형물까지 집어넣었다. 반면 니콜 키드먼은 '(그레이스)켈리룩'만 완벽하게 재현하고 외모는 재현하지 않아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다. 니콜 키드먼은 '철의 여인'뿐만 아니라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미셀 윌리엄스, '다이애나' 나오미 왓츠를 통틀어 가장 외모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제67회 칸 국제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한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는 할리우드와 모나코 왕실을 모두 가진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의 가장 극적인 생애를 다룬 작품이다. 섬세한 내면연기와 심리묘사에 탁월한 니콜 키드먼이 그레이스 켈리 역을 열연했다. 영화 '라 비 앙 로즈'로 마리옹 꼬띠아르에게 7개 여우주연상을 안긴 올리비에 다한 감독이 연출을 맡아 니콜 키드먼과 호흡을 맞췄다.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보다 앞서 개봉했던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미셀 윌리엄스는 "마릴린 먼로가 환생한 것 같다"는 호평을 받았으며 영화 '다이애나' 나오미 왓츠 역시 실제 다이애나비 모습과 유사해 누가 진짜 다이애나비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다들 보철('철의 여인' 메릴 스트립, '다이애나' 나오미 왓츠)을 했든 금발로 염색('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미셀 윌리엄스)을 했든 실제 여주인공과 외모 면에서 비슷하게 보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다.

특히 나오미 왓츠는 다이애나비를 상징하는 짧은 금발머리, 푸른 눈, 목소리, 고개를 움직이는 모습 등 외모는 물론 디테일까지 신경 쓰며 다이애나비 모습을 완벽에 가깝게 표현해냈다. 나오미 왓츠는 다이애나의 특이한 코 모양을 흉내내기 위해 보철 장치를 착용했고 커트 헤어를 위해 가발 4개를 번갈아가며 사용했다.

# 니콜 키드먼, 그레이스 켈리 외모와 안 닮았지만..

그러나 니콜 키드먼은 원래 그레이스 켈리의 머리 색깔인 갈색과 다르게 금발로 출연해 캐릭터와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이에 대해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를 연출한 올리비에 다한 감독은 '외모 흉내내기'보다는 여배우와 왕비의 삶 속에서 그레이스 켈리가 겪었던 갈등을 진실되게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올리비에 다한 감독은 "니콜 키드먼과의 첫 만남에서 몇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면서 그녀가 그레이스 켈리 역을 소화하기에 최상의 배우라는 확신이 들었다. 물론 그녀의 외적인 부분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 내면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대화를 나눌수록 마음이 통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배우를 향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또 올리비에 다한 감독은 "니콜 키드먼과 그레이스 켈리는 실제로 비슷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그레이스 켈리와 외적으로 똑같은 모습으로 만드는 것에 집중하지 않았다. 니콜 키드먼만의 그레이스 켈리를 창조하길 원했다. 두 여인 사이의 깊고 심오한 공통점을 그려내고 싶었기에 오히려 캐릭터로서의 니콜 키드먼에게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또한 올리비에 다한 감독은 외모보다는 여배우와 왕비의 삶 속에서 그레이스 켈리가 겪었던 갈등을 진실되게 표현하고자 했다고.

당대 할리우드 최고 여배우에서 모나코의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의 실화영화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는 그녀 삶 중 모나코가 프랑스에 의해 위협받던 6개월간의 시기를 그린다. 절제된 왕실 생활에 답답함을 느끼지만 왕비로서의 삶에 적응하려 노력하던 그레이스에게 '스릴러 영화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새 영화 '마니'의 시나리오를 들고 모나코로 찾아온다. 시나리오를 통해 그동안 억눌러왔던 배우로서의 열정이 되살아나면서 그레이스 켈리는 배우로서의 삶을 다시 누리고 싶은 욕망과 엄마와 아내, 왕비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책임감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레이스 켈리는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우아한 여배우로 꼽힌다. 그레이스 켈리가 모나코 공국의 레니에 3세와 세기의 결혼식을 올리며 할리우드를 떠나기까지 그녀가 배우로 활동한 기간은 5년밖에 안 된다. 그러나 그 5년 동안 그레이스 켈리는 총 11편의 영화에 출연해 세련된 도시 여성부터 남편을 내조하는 조신한 아내까지 다양한 배역을 넘나들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특히 그레이스 켈리는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가장 사랑한 여배우, '히치콕의 뮤즈'로 유명하다. 그레이스 켈리는 영화 '다이얼 M을 돌려라'에 캐스팅된 후 '이창' '나는 결백하다'까지 히치콕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며 명성을 떨쳤다.

# 동화 속 왕비 아닌, 진짜 그레이스 켈리를 말하다

그런 그레이스 켈리를 우아함과 섹시미를 넘나드는 현존하는 할리우드 톱여배우 니콜 키드먼이 섬세한 연기력으로 표현했다. 그레이스 켈리의 시선으로 그 시대와 그녀 삶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랐던 올리비에 다한 감독은 왕자와 결혼해 왕비가 된 '동화 속 여주인공'의 인생을 그리기보다는 그레이스 켈리가 자신의 행복과 모나코 모두를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고 어떤 내적 갈등을 겪었는지에 중점을 뒀다. 마지막 라스트신에서 모나코를 위험에 빠뜨린 프랑스 대통령에게 호소하는 그레이스 켈리의 연설은 감동을 안긴다.

또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는 위기에 처한 모나코 운명을 바꾼 왕비 그레이스 켈리의 실화에, 유려한 세계 유명 관광지 모나코를 배경으로 해 영상미가 볼만하다. 세계 최고 관광지로 꼽히는 모나코의 지중해를 배경으로, 그레이스 켈리의 우아한 의상, 보석 등이 동원돼 아름다운 영상미를 선보이는 것. 1960년대 할리우드 톱3 오드리 헵번, 마릴린 먼로와 함께 우아함의 대명사 그레이스 켈리의 클래식한 왕실 패션과 '켈리룩'이 눈을 즐겁게 하며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다.

어찌됐든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는 주인공이 실존 인물과 모습이 비슷하진 않아도 영화적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 입증했다. 영화 '다이애나' 나오미 왓츠는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외모와 흡사했지만 영화가 다이애나비의 업적보다 그녀가 사랑한 단 한 남자로 알려진 파키스탄 의사와의 러브스토리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춰 실망감을 안긴 반면,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는 그레이스 켈리와 니콜 키드먼의 외모는 딴판이지만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영화적 장치가 탄탄하다.

한편 그레이스 켈리 역을 맡을 배우로 케이트 블란쳇, 캐리 멀리건, 기네스 팰트로 등도 물망에 올랐지만 하얀 피부와 우아한 외모가 그레이스 켈리와 '그나마' 비슷한 니콜 키드먼이 캐스팅됐다는 후문이다.

러닝타임 103분. 12세 관람가. 18일 개봉. (사진=D&C 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