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活文化/세상이야기

'흡연대국' 중국, 담배와의 전쟁 박차

바람아님 2014. 6. 27. 12:07
    두 세살 쯤 되어 보이는 어린 아이가 아주 익숙한 자세로 담배 연기를 내뿜는다. 아이의 아빠로 추정되는 사람도 손에 담배를 든 채 별 일이 아니라는 듯 장사에만 신경쓴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 누구도 담배를 뺏을 생각은 않고 그저 아이가 귀엽다며

웃는다.


최근 중국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된 동영상의 한 장면이다. 흡연 인구가 3억명을 훌쩍 넘는 세계 최대의 담배 소비국 중국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2~3살로 보이는 남자 아이가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우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물건을 사거나 사진을 찍으면서도 아무도 아이의 흡연을 제지하지 않고 있다. (사진=liveleak.com 동영상 캡쳐)

중국은 애연가의 천국으로 유명하다. 지난 1980년대 후반부터 관계 법령을 통해 비행기, 기차역 등 일부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금지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길거리, 음식점 등지에서의 흡연은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중국 성인남녀의 30%가 흡연자다. 이 중 남성의 흡연율은 53%로 2명 중 한 명이 흡연자인 셈이다.

청소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국가위생계획위원회와 질병예방통제센터가 공동으로 진행한 '2014 중국 청소년 흡연실태'에 따르면 940만명의 중고등학생이 흡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3분의1 가량은 담배에 중독된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가 보편화되면서 그 피해 또한 적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폐암, 위암, 간암, 식도암 등 4대암 발병 인구와 사망자 수는 모두 세계 최고다. 그 중에서도 담배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는 폐암은 전세계 폐암 환자의 36%를 차지한다. 세계 인구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19%)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WHO는 중국에서 흡연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매년 100만명에 달한다며 2020년에는 200만명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는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관련 조례를 지정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광시장족자치구는 오는 7월부터 학교, 영화관, 음식점 등 금연 구역에서 담배를 필 경우 최고 200위안(약 3만3000원)의 벌금을 부과키로 했다. 금연 구역에서의 흡연을 방치하는 관리자에게는 5000위안(약 82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지난 2010년 일부 건물에서의 금연을 지정했고, 2011년에는 12차5개년계획에 처음으로 공공장소에서의 금연 추진을 명기했다.

◇점점 더 많은 음식점들이 실내 금연에 동참하고 있다.(사진=로이터통신)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가급적 흡연 장면을 노출시키지 말 것을 권고했다. 그 결과 지난해 중국에서 방영된 드라마 중 흡연 장면은 전체의 63%로 6년전의 86%에서 크게 줄었다.

그러나 아직 갈길은 멀다.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보편화되지 않은 점이 가장 큰 문제다. 흡연자들은 "마오쩌둥과 덩샤오핑도 흡연자였고, 덩샤오핑은 무려 90살이 넘게 살았다"며 담배의 위해성을 반박한다.

담배 회사가 납부하는 세금이 정부 재정 수입의 7~10%를 차지한다는 점 역시 금연 문화를 확산하는데 장애물로 지목된다. 정부가 금연을 유도할 수록 그 만큼의 이득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리청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담배가 중국인의 일상 깊숙히 침투해있는 점이 중국의 가장 큰 건강 위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