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活文化/세상이야기

"아빠 고향 大田에도 사진 갖고 갈 거예요"

바람아님 2014. 6. 29. 11:38
  "일에 바쁘다는 핑계로 아빠가 살아계실 때 함께 여행을 다니지 못한 게 두고두고 후회돼요."

뉴욕 맨해튼에서 프리랜서 사진작가 겸 그래픽디자이너로 일하는 지나 양(한국명 양진아·25)씨는 지난 4월 한 달간 2년 전 위암으로 사망한 아버지의 실물 크기 사진을 들고 유럽을 여행했다. 파리 에펠탑과 피사의 사탑 등 유명 관광지에서 그는 턱시도 차림의 아버지 사진을 안고 기념 촬영을 했다. 프로골퍼가 꿈이었지만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세탁소에서 하루 12시간씩 일하느라 해외여행 한 번 못하고 떠난 아버지에 대한 뒤늦은 효도였다.

 

 

양씨의 아버지 양재권(작고 당시 52세)씨는 대전 태생으로 19세 때 가족과 미국으로 이민했다. 그는 휴대전화에 큰딸인 진아씨를 '첫사랑'이라고 입력해놓고 항상 딸을 '내 첫사랑'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진아씨는 "제가 일곱 살 때 이혼한 후 저와 세 살 아래 남동생 뒷바라지에 헌신하셨다"고 했다.


진아씨는 2012년 8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한동안 일에 미쳐 지냈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리움은 줄어들지 않았다. 특히 작년 말 할머니가 골절상을 입었는데, 아버지가 항암 치료를 받던 병원에 입원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간절함이 더 커졌다. 진아씨는 결국 올해 2월 다니던 의류 회사에 사표를 내고 아버지가 평소 여행하고 싶다던 유럽으로 떠났다.

그는 "여행 전엔 성공하기 위해선 행복을 희생해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성공과 행복이 별개가 아님을 깨달았다"면서 "기회가 되면 아빠 고향인 대전에도 아빠 사진을 들고 함께 여행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