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10.20 이명진 논설위원실)
지난달 방한한 미국 UC버클리 물리학자 리처드 뮬러 교수는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추가 발암(發癌)
사망자는 100명을 안 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쓴 '대통령을 위한 에너지 강의(Energy for Future Presidents)'라는
책에 계산 방식이 나와 있다. 후쿠시마 주변을 고(高)오염과 저(低)오염 지대로 나눠 방사선 선량(線量)에 따른 피해를
추정한 결과 인구 6만2000명 가운데 최대 218명, 실제론 100명 이하의 추가 암 환자가 생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구 6만명이면 원전 사고가 없어도 2만명은 언젠가 암에 걸리게 돼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바로 옆의 방사선은 연간 0.05밀리시버트(mSv) 이하로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사람들이 땅이나 음식 등을 통해 노출되는 양이 연간 2.4mSv 수준이다.
X레이 사진 한 번만 찍어도 방사선을 0.1~0.3mSv 쬐게 된다.
그 설명대로라면 원전 옆이라고 위험할 것이 없다.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17일 고리 원전에서 7.6㎞ 떨어진
곳에 사는 주민 박모씨가 '원전 방사선으로 갑상선암에
걸렸다'며 낸 소송에서 '피고 한수원은 박씨에게 위자료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서울대 의학연구원의 2011년 역학조사에서 원전
인근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30㎞ 이상 떨어진 지역
주민들에 비해 2.5배 높게 나온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1987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발암 피해자들도 주로
갑상선암에 걸린 경우였다.
▶반면 한수원은 박씨 거주지 주변 방사선량은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 살든 자연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방사선량 범위를 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한수원 직원들을 상대로 방사선 작업에 종사하는 직원과 사무직원으로 구분해 조사해봐도 갑상선암 발병률에 아무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결론은 상급심에서 날 것이다.
▶우리 23곳 원전의 주변 5㎞ 내 지역에 4만여명, 10㎞ 안쪽엔 13만명이 살고 있다.
주민들 가운데 건강 불안을 호소하며 이주(移住)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이 암 발병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것은 심각한 문제다.
어느 한 개인의 소송으로 결론 낼 일은 아니다. 법원의 판단에만 맡겨서도 곤란하다.
정부가 나서서 원전 인근 주민들에 대한 공신력 있는 역학조사를 실시한 뒤 그에 따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안전(安全) 공포증이 원전까지 번지면 어찌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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