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사설] '세금 도둑 5배 배상 책임' 立法 찬성한다

바람아님 2014. 10. 24. 13:07

(출처-조선일보 2014.10.22)

국민권익위원회는 국가보조금을 탈법(脫法)·편법으로 축내는 부정행위에 대해 정부가 행정 제재나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해당 금액의 5배까지 더 받아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공공 재정 허위·부정 청구 방지 법률안'을 최근 입법 예고했다.

법안은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출자금·출연금 지원을 받는 개인 혹은 단체·기업이 문서 위조 같은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 지원금을 타내거나 정해진 용도 외의 다른 곳에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면 해당 금액을 변상하는 것에 추가해 부당 
이득의 1~5배를 부가금으로 물리도록 했다. 부가금을 물리기 힘든 공공사업 부정 계약의 경우엔 소송을 통해 손해액의 
2~5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2억원짜리 통영함 수중탐지기를 
41억원에 부정 납품한 사람들은 최대 195억원을 물어내야 한다.

고용·복지·농수축산·연구개발·문화체육·관광 등 2000여개 분야에 지원되는 국가보조금 규모만 올해 52조원이 넘는다. 
국방 예산(37조원)보다 훨씬 많고 교육 예산과 비슷한 수준이다. 공공기관에 돌아가는 정부 출연·출자금까지 합치면 
100조 가까운 국민 세금이 각종 명목으로 개인·기업·단체에 지원되고 있다.

정부 지원금은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을 들어왔다. 작년 검찰·경찰이 적발한 국가보조금 부정 수급액만 
1700억원에 달했다. 올 초 국민권익위는 단속 100일 만에 복지 분야에서만 100억원 넘는 정부 지원금 부정 수급을 
적발했다. 그런데도 국가보조금을 제외하고는 관련 법률에 환수(還收) 규정이 없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되받아내려고 
해도 '다 써버린 걸 어떡하느냐'며 발을 뻗어버리는 일이 적지 않다. 정부 검증 시스템도 허술해 이 기관 저 기관을 
상대로 지원금 종류를 바꿔가며 나랏돈 빼먹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까지 등장했다.

이런 입법안이 나오는 이유는 담당 공무원과 짜고 국민 세금인 정부 지원금을 빼먹으면 그걸 적발해내기가 좀처럼 힘들기 
때문이다. 누구든 탈법·부정으로 세금을 도둑질하다 걸리게 되면 신세를 망치게 된다는 압박감을 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나랏돈을 함부로 빼먹을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 오래전 관련 법을 만든 미국에선 2012년에만 5조원을 
환수했다. 정부·국회가 이번 법률안을 하루속히 제정해 시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