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송희영 칼럼] 정치가 경제에 끌려다니면

바람아님 2014. 11. 1. 11:20

(출처-조선일보 2014.11.01 송희영 주필)

중국 政治는 경제 침체 안 되게 民心 살펴 中速성장 이끄는데
不況 수렁 향하는 우리 정치는 피곤한 국민 앞에 改憲 타령만
경제回生 마감시한 앞에 두고 불황이 요구할 代價 생각하라

송희영 주필베이징 도심에 산다는 한국 상사 주재원은 허풍스럽지 않았다. 
40평짜리 아파트 가격이 한국 돈으로 20억원이라고 했다. 평범한 샐러리맨들의 월급을 기준으로 
세계 주요 도시 집값을 측정하는 지수(指數)를 보니 베이징은 서울의 2배가 넘는다. 
수출을 국시(國是)처럼 중시해온 정책이 낳은 고질병이다.

중국 경제는 커다란 벽에 부닥쳤다. 부동산 가격은 꼭짓점을 지났다. 
9월에도 전국 도시 70곳 가운데 69곳의 집값이 하락했다. 
짓다 만 유령 빌딩, 미분양 아파트 단지가 곳곳에 번지고 있다. 
우리가 여러 번 겪었던 버블 붕괴의 고통스러운 터널에 막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신창타이(新常態)'라는 말을 자주 했다. 
미국에서 쓰는 뉴 노멀(new normal)을 번역한 듯하다. 경제가 10% 안팎의 고도성장기를 벗어나 성장률 5~7% 수준의 
중속(中速) 성장 시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경제 상황이 조금 변하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국민을 위로하는 듯하다. 
중국 제조업은 과잉 설비 투자로 신음을 앓기 시작한 지 벌써 몇 년째다.

삼성 갤럭시 휴대폰은 중국산 샤오미에 발목을 잡혔고 포스코는 중국산 중저가 철강 제품의 공세에 헐떡거리고 있다. 
그러나 산업혁명의 역사에서 보면 중국 경제는 경공업 시대에서 중공업 시대로 넘어가는 고개에서 가쁜 숨을 고르고 있다. 
세계적 기업으로 포장된 알리바바도 만약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도록 놔두었으면 지금 자리에 올라올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일본도 그랬고 한국도 그랬다. 가발·섬유 산업으로 시작해 자동차·전자·철강의 시대로 넘어갈 때 공해(公害) 문제가 국가적 
현안이 됐다. 두 나라 모두 그 나름대로 경쟁력을 가진 중화학공업 대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산업공해 문제도 
어느 정도 완화됐다. 공해를 배출하는 기업은 존재하기조차 힘들어진 것이다.

중국은 그 언저리에서 멈칫거리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후원한 베이징마라톤대회에서는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달렸다. 
지독한 미세 먼지 때문이다. 마스크 마라톤이야말로 중국 경제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긴 이벤트였다. 공해를 내뿜는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 그러지 않아도 가라앉고 있는 경제는 풀썩 주저앉게 된다. 중국인들은 수출 기업을 키우려고 집값 폭등을 
참아야 했던 것처럼 당분간 미세 먼지를 선진국의 꿈 속에 감추고 감내할 것이다.

미완성(未完成) 경제 대국을 이끌고 있는 중국 정치는 두 가지 채찍을 동원하고 있다. 
대외용(對外用) 채찍은 댜오위다오(센카쿠) 영토 분쟁에서 보았듯이 일본 같은 나라를 겨냥하며 국민의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경제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 내부 불만을 나라 밖으로 폭발시키는 정치 기교는 과거 우리의 
역대 대통령들도 써먹던 수법이다.

또 하나의 채찍은 부정부패 청산 작업이다. 우리 용어로 바꾸면 공직자 사정(司正)이고 부패 정치인 척결이다. 
벌집으로 불리는 초소형 주택에 사는 빈곤층, 10여년 동안 대량으로 배출된 대졸 실업자, 무주택자, 농민층의 박탈감을 
덜어주는 과정이다. 부패의 상징적 인물 몇 사람을 처리함으로써 서민층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일도 우리가 성장 시대 
몇 차례 구경했던 정치 쇼다.

중국의 정치가 고도성장의 패배자 집단을 달랠 수 있을지는 이제 막 시험대에 올랐다. 불만 계층의 진압에 성공하면 성장은 
지속되지만 만약 실패하면 경제는 계속 정체(停滯)하면서 정치적 민주화 욕구가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중국의 정치는 경제가 침체의 수렁 속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민심을 예민하게 진맥하며 '신창타이 경제'를 
안정시키는 데 온 힘을 다하고 있다. 부동산과 금융 정책을 융통성 있게 운영하고 있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부다. 
시진핑의 높은 인기는 정치가 추락하는 경제에 끌려가지 않고 아직은 주도권의 밧줄을 쥐고 있다는 좋은 증거다.

그런 중국과 비교하면 우리의 정치는 벌써 불황(不況)의 암담한 수렁으로 빨려가고 있다. 지도자의 지지도는 떨어졌다. 
최경환 경제팀도 고작 몇 달 만에 힘이 빠지고 있다. 여당 일각에서는 차기 대통령 후보까지 들고나왔다. 
국회는 경제 침체에 아무런 해답을 내놓지 못하면서 입만 열면 개헌(改憲) 타령이다. 정치적 계산을 다 떠나 먹고살기 
힘들다는 국민에게는 느닷없는 밥상이 아닐 수 없다. 
중국과는 반대로 정치가 경제를 끌고 가는 밧줄을 놓아버린 꼴이다.

이번 겨울을 보내고 봄이 와도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이번 정권의 경제 회생은 물 건너가는 걸로 보면 된다. 
공무원들은 창조경제 팻말 뒤에서 구태(舊態) 정책으로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 와중에 정치만은 살아남을 것 같은가. 
정치도 시들어가는 경제에 납치돼 끝없이 동반 추락할 수밖에 없다. 
박정희·김영삼·노무현 정권의 말기(末期) 경제를 떠올려보라. 불황은 반드시 정치권에 비싼 대가를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