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기고] 豊饒(풍요)한 사회 넘어 健康한 사회 만들어야

바람아님 2014. 11. 3. 10:48

(출처-조선일보 2014.11.03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회장)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회장 사진
선진국은 두 가지로 만들어진다. 
하나는 풍요함이고, 다른 하나는 건강함이다. 
이 중에서 더 어렵고 중요한 것은 건강함이다.

건강한 사회란 보편적 진리에 입각한 상식과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를 말한다. 
쿠웨이트나 사우디아라비아가 거대한 풍요에도 선진국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건강한 사회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건강함이 기반이 되지 않은 풍요는 오래가지 못한다. 
나치 독일·소련·일본제국·아르헨티나가 그랬다.

우리 사회는 지난 50여 년간 풍요함과 건강함을 동시에 추구해왔다. 
그리고 많은 면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민주화를 이루었고 부패를 나름대로 줄이면서 괄목할 만한 풍요도 얻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풍요함에 비해 아직도 너무나 건강하지 않다는 점이다.

한 사회의 건강성은 공공 부문의 윤리성·사명의식·기율·능률성 등으로 측정한다. 
어느 사회나 민간 부문에는 부패·타락·나태·비효율 등이 어느 정도 있게 마련이다. 
이러한 비건강성을 교정하고 그로부터 오는 피해를 예방하고 치유하는 것이 공공 부문의 몫이다. 
미국이 마약·폭력 등 민간 부문의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으로 간주되는 것은 공공부문이 건강한 편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나라를 지키는 군(軍)·관(官)·검(檢)·경(警)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대형 사고가 터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대표적이다. 단순 사고로 끝날 수 있었던 것을 참사로 만든 것은 공공 부문이었다. 
군은 엉터리 무기와 부품을 예사로 납품받는 부패 덩어리로 전락했다. 
사단장이 사무실에서 부하를 성추행하고, 젊은 장병들이 걸핏하면 맞아 죽거나 자살한다. 
최고위 검찰 간부가 불륜과 음란을 자행할 뿐 아니라 새빨간 거짓말을 눈 하나 까닥하지 않고 한다. 
정치인은 패싸움하느라 정신이 없을 뿐 아니라 여전히 썩어 있다. 
공무원들은 현직에서는 물론 물러나서도 관피아로 군림하면서 자기 배 채우기에 바쁘다.

이렇게 공공 부문의 실패가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것은 우리 공공 부문 전체에 만연되어 있는 질병이 여기저기서 삐져나오는 
현상이다. 그것은 사명의식의 결여, 윤리의식의 실종, 기강 해이가 복합적으로 배태한 도덕적 붕괴라는 질병이다.

우리 공공 부문이 추락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최근 몇몇 정권이 건강함보다 풍요함에 너무 집착했기 때문이다. 
민간 부문의 성공이 가져온 풍요함에 도취해서 사회적 건강의 중요성을 간과해 버렸던 것이다. 
우리가 열심히 만들고 수출하면 저절로 선진국으로 승격될 것이라는 착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세월호 참사 등은 사회적 건강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너무나 잔인한 방법으로 일깨워 주었다. 
그래서 대통령을 포함한 모두가 건강성을 향한 국가 개조를 해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하지만 6개월도 지나지 않아 국가 개조에 대한 이야기는 사라져 버렸다. 
요즘 들리는 이야기는 온통 경제 회복뿐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건강성을 잃은 풍요는 절대로 오래 지속될 수 없다. 
풍요한 사회 못지않게 건강한 사회도 국가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경제 회복과 국가 개조가 함께 강조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지금 누리는 정도의 풍요나마 지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