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派兵 16개국으로 구성돼 停戰협정 준수 여부 감시하고
유엔군·韓美연합사 지탱 역할… 전쟁 再發 땐 대부분 파병 준비
北이 평화 체제 부르짖는 것은 多國籍 안보 체제 해체 노린 것
지난 10월 24일은 제69회 유엔데이였다.
1945년 10월 24일 유엔이 창설된 날을 기념하는 것이지만 그것보다는 우리에게는 6·25전쟁이
발발하자 유엔이 유엔군을 보내준 것을 기리는 날이다.
유엔군사령부(유엔사·UNC)는 대한민국의 안보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지켜주는
다국적군(multinational force)이다. 북한의 남침이 개시된 직후 유엔은 안보리 결의를 통해서
유엔군 파병을 결정하였고, 이에 부응하여 16개국이 전투 병력을 보냈으며,
그 외 5개국이 의료 등 인도적 지원에 나섰다.
대한민국의 안보는 곧 자신들의 안보와 직결된다고 생각한 국가들이 유엔의 주도하에 병력을
보내면서 자발적으로 만든 국제군(international force)이다.
유엔은 1950년 7월 7일 안보리 결의 1588호를 통해 미군 사령관에게 다국적군의 지휘를 맡겼고, 유엔사가 창설되기
열흘 전 이승만 대통령은 국군에 대한 지휘권 역시 유엔군 사령관에게 이양했다. 우리는 이렇게 탄생한 유엔군사령부의
지휘하에 6·25전쟁을 치렀다. 정전협정 당시 우리의 대표는 유엔군사령부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유엔사는 정전협정의 준수를 감시하고 있다.
북한이 정전협정을 위반하는 도발을 할 때마다 유엔사가 나서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25전쟁이 끝난 지 6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유엔사의 역할이 무엇인지,
또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대한 활발하고 첨예한 논쟁이
보여주듯이 한미연합사와 한·미동맹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국민 대부분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는 것은 한미연합사도 유엔사 없이는 존속하기 힘들 정도로 유엔사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사실이다.
유엔군 사령관은 주한미군 사령관이 겸한다. 동시에 한미연합사 사령관도 겸한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다시 한 번 북한의 도발로 전쟁이 벌어진다면 주한미군 사령관은 유엔군과 주한미군 그리고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권을 행사한다. 유엔군 사령관은 유엔과 일본의 협정에 따라 일본 요코타 공군기지, 미 7함대 본부인
요코스카 해군기지, 오키나와의 후텐마 공군기지를 비롯한 미군 기지들을 모두 지휘한다.
이뿐만 아니다. 6·25전쟁 당시 파병해 준 16개국 대사들은 아직도 유엔군 사령관을 겸하고 있는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분기별로 보고를 받고 파병국 대사관의 무관들은 매달 유엔사 주관하에 모임을 갖는다. 파병국들 대부분은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이 발발할 경우 파병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한국에서 전쟁이 발발하는 것은 한반도만의 문제도, 남북한 간의 문제도, 북·미 간의 문제도 아닌 국제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반도가 다시 한 번 전화(戰火)에 휩싸인다면 그 여파는 중국과 일본 등 동북아 지역의 경제와 안보는 물론 국제질서 자체를
대혼란에 빠뜨릴 것이다. 6·25전쟁 파병국들이 아직도 유엔사를 유지하고 지지하면서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고 있는 이유다.
이처럼 유엔사는 오늘도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켜주는 막강한 다국적 군사 안보 체제다.
북한이 유엔사에 대하여 그토록 민감한 이유다.
북한은 물론 남한 내의 종북 좌파는 늘 정전 체제의 해체와 평화조약 체결을 주장한다.
그 이유는 지금도 유엔사의 존재 이유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정전협정이기 때문이다.
1950년 6·25전쟁 발발 직후 유엔군사령부를 창설한 유엔 안보리 결의는 정전 체제 때문에 아직도 유효하다.
따라서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바꾸는 순간 유엔사는 해체된다.
북한이 그토록 평화 체제를 부르짖는 이유다.
북한과 남한의 일부 진보가 한반도의 안보 문제를 남북 간의 문제, 즉 '우리 민족끼리'의 문제로 국한시키고자 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6·25전쟁과 그 이후 남북 간의 분단과 대치가 오직 민족 내부의 문제이며 오히려 외세에 의해서
조장되고 지속되는 비극으로 치부하는 것도 유엔사의 해체와 한·미동맹의 해체를 주장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6·25전쟁 종전(終戰) 60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파병국들이 여전히 유엔사의 존속을 적극 지지하고 오히려 강화하고자
하는 것은 한반도의 문제가 국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분단이란 보편적인 인권과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를
지키고자 하는 국제적 연대가 현존하는 체제 중 가장 폐쇄적이면서 극악한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고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면서 세계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시대착오적이고 기형적인 체제와 대치 중인 상태를 말한다.
무심히 지나가는 또 한 번의 유엔데이를 맞이하여 유엔사의 역할과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