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사설] 무상 복지 앞장섰던 野黨이 먼저 복지 해결책 내놓아야

바람아님 2014. 11. 7. 08:51

(출처-조선일보 2014.11.07 사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2012년 총·대선을 거치며 무차별적으로 도입된 각종 무상(無償) 복지 제도가 
불과 3년도 지나지 않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계산서로 돌아오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복지 제도 전반이 
연쇄적으로 흔들리면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

복지에 더 이상 돈을 댈 수 없다는 자치단체들의 저항은 전 방위적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경남지사가 무상 급식 예산 편성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하더니 경기교육감은 무상 보육 예산 편성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6일에는 전국 시장·군수 180여명이 기초연금과 무상 보육에 들어가는 돈 중 기초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할 몫을 부담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런 움직임에는 상대 정당을 흔들려는 정치적 의도도 깔려 있을 수 있다. 
야권이 시작한 무상 급식을 새누리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공격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무상 보육 예산을 
야권 교육감이 댈 수 없다고 하는 것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재원(財源)의 문제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능력 이상으로 지출하게 되면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그런데도 여야는 도박판에서 판돈 키우듯 무상 복지 경쟁을 해왔다.

2012년 대선만 돌아봐도 박근혜 대통령은 5년간 자체 추산 28조원이 들어가는 0~5세 무상 보육을 포함해 
모두 97조원짜리 복지 계산서를 들고 선거를 치렀다. 문재인 후보는 한술 더 떠 5년간 42조원이 들어가는 
'100만원 의료비 상한제'가 포함된 192조원짜리 복지 공약을 했다. 
누가 봐도 가능한 일이 아니었지만 정치권만 가능하다고 우기며 선거를 치렀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에 기초연금 공약을 축소 수정한 데 이어 고교 무상교육도 사실상 포기했다. 
이번에는 무상 보육 재원을 자치단체에 떠밀고 있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책임을 
가장 뼈저리게 느껴야 할 곳은 야권(野圈)이다. 야권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총·대선을 '보편적 복지'라는 
구호 하나로 치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들이 빈곤층에 복지 혜택을 집중하고 고소득층은 덜 지원하는 
선별적 복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라도 하면 야당은 이들을 '반(反)복지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행태까지 보였다.

2011~12년은 뉴욕에서 '점령하라 월스트리트' 시위가 일어나는 등 양극화 문제가 전 세계적 이슈가 됐던 시기다. 
이 바람에 편승해 야권이 들고나왔던 '보편적 복지'는 선거용으로는 성공적이었을지 몰라도 
나라의 미래를 합리적으로 고민한 결과는 아니었다. 당시 대선은 여야 모두 경제성장률 목표치조차 내놓지 않고 
치른 최초의 대선이었다. 성장 전망, 세수(稅收) 예측도 제대로 해보지 않고 주먹구구 계산법으로 만든 
복지 설계도를 국민에게 팔았던 것이다.

복지를 늘리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복지 프로그램은 경제성장률, 국가 재정 상황을 감안해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결정하지 않으면 지금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과 같은 예산 편성 거부 사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꼬이고 꼬인 혼란을 풀기 위해선 정치권이 '복지 대(對) 반복지' '보편 복지 대 선별 복지' 같은 
분열적 편싸움부터 중단해야 한다. 정부·여당은 국정을 맡은 입장에서 이번 혼란을 수습하는 일을 
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무상 복지에 훨씬 더 집착했던 야권이 먼저 이 문제에 대한 해결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것이 국민 앞에 당당히 책임지는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