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기고] 선진국형 규제는 늘려야 慘事 막는다

바람아님 2014. 10. 29. 18:42

(출처-조선일보 2014.10.29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명예교수)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명예교수
얼마 전 발생한 판교 참사의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 
6개월 전 세월호 참사에서 우리가 얻은 아픈 경험을 계기로 세상을 바꾸었더라면 피해갈 수 있었던 
사고를 보면서 이 세상에 세 종류 사람이 있다는 말을 떠올린다. 
경험하지 않고 깨닫는 사람, 경험하고 깨닫는 사람, 경험하고도 깨닫지 못하는 사람.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에 네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는 지도자다. 사고에 직간접으로 관련된 책임자들이 안전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었다면 
이번 사고는 피해갈 수 있었을지 모른다. 
둘째는 환경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사고가 날지 모르는 환경에 우리는 노출돼 있다. 
셋째는 자원이다. 수십 년 방치되어온 위험한 시설이나 건물을 모두 선진국형 안전기준에 맞게 
개선하려면 천문학적 자금이 필요하다. 
넷째는 메커니즘이다. 지도자가 모든 사건을 앞장서서 해결해서는 안 된다. 법·제도·교육으로 안전에 필요한 장치를 
확립하고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이 철저하게 작동할 때 안전한 나라가 된다.

우리 사회는 1997년 외환 위기 때부터 경제와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과다한 규제를 꼽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 규제 1만1125건을 반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대통령 직속으로 규제개혁위원회를 두어 정부 부처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이슈를 해결하도록 했다.

필자는 당시 이 위원회 위원이었다. 규제개혁위원회에 상정된 규제들은 반(反)시장적 규제, 
즉 인허가 등 독과점을 조장하고 시장 경쟁을 가로막는 것들이 아니라 국민 건강을 지키고, 안전을 유지하며, 
물자를 절약하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가 대부분이었다. 
당시 우리나라의 한 항구에서 다른 항구로 가는 연안선에 장착돼 있는 무선전화 시스템은 6개월마다 점검하게 되어 있었다. 
정부는 점검 의무 기간을 2년으로 늘리자는 안건을 상정했다. 위원회는 6개월을 3개월로 단축하라는 역제안을 했다.

규제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인허가, 
둘째는 지원을 해 준 다음 그 지원이 정책 목적을 위한 방향으로 사용되고 있는가를 점검하는 감사, 
셋째는 건강·안전·절약·환경에 관한 규제다. 
반시장 규제에 해당하는 인허가는 가난한 나라의 정부가 부족한 재원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사용하는 
후진국형 규제다. 지원 감사는 지원이 있는 한 반드시 따라가야 하는 규제고, 건·안·절·환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선진국형 규제다.

공무원들이 버리고 싶어 하지 않는 규제는 인허가다. 
역대 대통령이 규제 개혁을 하라고 행정부를 다그치면 행정부는 후진국형 인허가 규제는 감추고 
선진국형 규제를 줄여서 규제 건수를 줄였다는 전시형 성과를 보여주었다. 
세월호 참사에 이은 판교 참사 역시 우리가 안전에 대해 당연히 갖춰야 할 규제를 규제 개혁의 이름으로 없애거나 
아예 장치하지 않은 역대 정부에 책임이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건강·안전·절약·환경 등 국민을 위한 정책을 강화해서 메커니즘으로 자리 잡아 실천되도록 해주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경험하지 않고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경험한 다음에는 바꾸자. 
'참사'라는 단어가 더 이상 헤드라인을 점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