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인공 질(artificial vaginas)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다”고 국제 체스 챔피언이자 인공지능 전문가인 데이비드 레비가 말했다. “그 주제에 관해 그렇게 관심이 많은 건 정말 대단히 놀라운 일이다.”
레비의 저서 ‘로봇과의 사랑과 섹스(Love and Sex with Robots)’는 필시 인간과 로봇의 미래, 특히 침실에서의 상호작용에 관한 가장 철저한 탐구다. 실제 육체적 접촉을 전달하는 인터넷 연결 단말기의 속살을 구석구석 어루만진다.
레비는 단순한 몽상가가 아니다. 10여 년을 건너뛰어 뢰브너상을 두 번이나 탄 사람은 그가 처음이다. 1997년에 처음 그리고 2009년 다시 수상했다. 어떤 채트 소프트웨어(chat software)가 가장 현실적인지 가리는 연례 콘테스트다.
2003년 저서 ‘가상시대의 삶(Robots Unlimited)’의 자료 조사를 하던 중 처음 그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정확히 말해 셰리 터클 매사추세츠 공대 교수의 1984년 저서에 실린 한 인용문을 읽었을 때였다. ‘앤서니’라는 남자가 터클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었다. 여자친구들을 사귀려 노력해 봤지만 컴퓨터와 노는 쪽이 더 좋았다는 내용이다.
“그 글을 봤을 때 벽돌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고 레비가 말했다. “1984년에 똑똑한 친구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다면 그뒤로 인간과 컴퓨터의 감정 관계 개념이 얼마나 발전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많이” 발전했다. 런던 시티대 퍼베이시브 컴퓨팅(Pervasive Computing, 일상생활에서 컴퓨팅 관련 기술의 확산) 학과 아드리안 데이비드 척 교수는 키신저(Kissinger)라는 단말기를 손질해 왔다. 이 압력감지 인공입술 세트는 진짜 입의 키스를 수천 ㎞ 떨어져 있는 파트너 소유의 비슷한 단말기로 전송할 수 있다.
키신저 시스템은 8년가량 개발 단계를 거쳐 왔다. 최신 모델은 스마트폰에 연결하도록 설계됐다. 스크린에 키스를 하면 입술 움직임이 스마트폰에 반영될 수 있다. 그 키스는 동종의 상응하는 단말기에 그 또는 그녀의 입을 기록해둔 사람에게 전달된다.
여러 기업이 그 기기에 관심을 표명했으며 척은 2015년 중반에는 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한다. 언젠가는 “거의 모든 물체, 존재, 육체가 어떤 식으로든 인터넷에 연결될 것”으로 척은 내다본다.
미래에는 두뇌의 잠재의식 영역도 포함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우리는 이미 사적인 데이터를 인터넷에 올려 놓았지만 온라인에서 누군가를 정말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직접 만나는 체험에 비해 인터넷 전화 통화에는 뭔가 부족한 점이 있다. 바로 이런 배경에서 다른 감각을 전달하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
런던 시티대의 아드리안 척은 혼합현실, 인간-컴퓨터 인터페이스, 착용형 컴퓨터를 연구해 왔다.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가장 현실적인 인공 채트 에이전트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척이 말했다.
레비는 자신들이 개발 중인 소프트웨어의 다양한 용도를 어떻게든 강조하고 싶어한다. 아이프렌드는 시장이 요구하는 어떤 형태와 캐릭터에도 맞출 수 있다고 그가 말했다. “예컨대 털북숭이 동물이나 외계 동물 같은 고급 완구, 또는 대화를 어떤 회사와 그 제품에 관한 주제로 번번이 돌리는 웹 아바타, 또는 가상 여친이나 남친 같은 모바일 앱 역할을 할 수 있다.”
척이 덧붙였다. “첫째 용도의 경우엔 필시 사람들이 어떤 이유에서든 아주 큰 비용을 치르는 온갖 폰 섹스를 대체할 수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인공적인 사랑 및 섹스 채트용 로봇에 사용하려는” 목적이다.
바로 이런 배경에서 인공 질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사람이 로봇과 친구가 되고 섹스를 하는 게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 되리라고 본다”고 척이 말했다. “모든 미디어(매개체)가 인간적 측면을 다룰 것이다.”
내구성 있는 고탄력 실리콘 소재의 사실적으로 보이는 실물 크기 인형 시장이 이미 존재한다. 여자 인형들에 고정형 또는 탈착형 질이 달려 있으며 5000~8000달러를 호가한다. 하지만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 반응이 없다.
시간이 지나면 동반자와 연인으로 로봇을 사들이는 게 지극히 정상적인 일로 여겨질 것이라고 레비는 내다본다. “섹스 로봇과의 사랑이 사회에 큰 기여를 하리라고 본다”고 그가 말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없는 사람이 세상에 아주 많다.”
그는 언제 이런 일이 실현되리라고 생각할까?
“금세기 중반쯤이 아닐까 생각한다. 동반자, 연인 또는 잠재적인 배우자로서 많은 사람에게 어필할 만한 로봇을 뜻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배우자?
“그렇다.”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체스 명인이었던 레비는 세인트 앤드류스대 그리고 훗날 글래스고대 컴퓨터 과학 대학원 재학 중 컴퓨팅에 관심을 갖게 됐다. 글래스고대에선 학생들에게 프로그램을 가르쳤다. 이 기간 중 체스 프로그래밍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인간-컴퓨터 대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와 척이 개발한 ‘아이프렌드’에는 고급 모듈이 장착된다. 소프트웨어에 감정·인격·기분을 부여하는 능력을 지닌다. 요구되는 어떤 캐릭터에든 소프트웨어를 맞추려는 목표다. 예컨대 계속적이고 다양한 음담에 응할 수 있는 남친 또는 여친이다.
아이프렌드는 인공지능 기반의 다양한 대화형 소프트웨어 반려자다. 비공식 명칭은 ‘더 많이 한다(Do-Much-More)’이다. 이 챗봇은 지적인 대화를 모방하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이다. 레비와 척은 현재 이 챗봇의 대화 능력을 대폭 보강해 상용화하려 애쓰는 중이다.
시장이 요구하는 어떤 역할에도 부응할 수 있는 핵심 소프트웨어 역할을 하게 된다. 가령 어떤 회사와 그 제품에 관해 논할 수 있다. 또는 가상 여친이나 남친 같은 모바일 앱, 또는 휴대전화 이용자가 문자 메시지를 통해 상호작용하는 서버 기반 앱 역할을 할 수 있다. 그 역할을 규정하는 데이터를 수정하기만 하면 이 핵심 소프트웨어를 원하는 캐릭터의 토대로 사용할 수 있다.
“최초의 챗봇은 1960년대 MIT에서 개발된 유명한 ELIZA 프로그램이었다. 조지 버나드 쇼의 희곡 ‘피그말리온(Pygmalion)’에 등장하는 엘리자 두리틀(Dolittle)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레비가 말했다. “엘리자는 거의 기능이 없었지만 당시 파문을 불러일으켰으며 그에 관한 인공지능 관련 논문이 많이 나왔다. 우리의 최초 챗봇 프로그램 이름을 ‘많이 한다(Do-A-Lot)’로 지은 이유는 엘리자보다 많은 일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2세대 챗봇은 더 많은 일을 하며 그래서 ‘더 많이 한다’는 가명을 부여했다.
소비자들이 궁극적으로 실물 같은 느낌과 동작을 가진 “적절히 설계된 인공 생식기”를 체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레비는 말한다.
“체온, 합성된 음성, 움직이는 사지를 갖게 된다. 최초의 섹스 로봇은 품질이 크게 떨어지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 고급 모델이 출시될 것이다.”
‘더 많이 한다’ 모델은 원조 모델 ‘많이 한다’에 비해 성능에서 커다란 도약을 이뤘다. 그와 같은 도약을 가능케 한 요인은 3가지다. 첫째, ‘많이 한다’의 원래 강점을 그대로 살렸다. 둘째, ‘변수(단어 유형)’ 시스템과 어형(morphology)을 확장(예컨대 구동사를 포함시키는 방법)함으로써 성능을 강화했다. 셋째, 두 가지 중요한 어휘 자원을 활용해 반응 생성 시스템을 한층 고도화했다. 학계의 컴퓨터 언어 커뮤니티 내에서 개발된 워드넷(WordNet)과 컨셉트넷(ConceptNet)이다.
워드넷은 영어의 의미 사전(semantic lexicon, 단어들 간에 연상이 가능하도록 의미 집합으로 분류된 단어 사전)이다. 영어 단어들을 신세트(synsets)라는 동의어 집합으로 분류해 짧은 일반적 정의를 내리고 이들 동의어 집합 간에 다양한 의미 관계를 기록한다.
목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사전과 유의어 사전을 결합해 더 직관적으로 이용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 하나는 자동적 텍스트 분석과 인공지능 기술에의 응용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 데이터베이스와 소프트웨어 도구들이 공식 라이선스를 받아 공개됐으며 무료로 내려 받아 사용할 수 있다.
컨셉트넷은 지식 기반이며 오픈 마인드 커먼센스(Open Mind Common Sens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됐다. 이 프로젝트는 MIT 미디어랩에 기반한 인공지능 구상이다. 웹 전반에 걸쳐 수많은 사람의 공헌으로 개발되는 이른바 대형 ‘상식적 지식 기반(common sense knowledge base)’을 구축하려는 목표다.
“워드넷의 도입은 단어에 관한 특정의 유용한 언어적 데이터를 ‘더 많이 한다’에 제공하려는 취지다. 그에 따라 단어 연상 측면에서 대체로 자연스러운 듯한 반응을 생성하도록 한다”고 레비가 말했다. “그리고 컨셉트넷의 도입은 현실세계의 상식적 정보를 ‘더 많이 한다’에 제공하려는 목적이다. 따라서 ‘더 많이 한다’가 때로는 이용자의 말을 이해할 뿐 아니라 그 주제에 관해 뭔가 아는 듯이 보이도록 한다.”
척은 이 같은 발전을 휴대전화 초창기에 비유한다.
“비즈니스맨들이 벽돌 크기의 휴대전화를 들고 다녔다. 사람들은 그것을 아주 괴상한 물건으로 여기며 누가 그런 걸 사용하려 하겠냐고 생각했다”고 그가 말했다.
“일부 기술은 틈새 시장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일단 충분히 많은 사람이 사용하게 되면 일종의 편승효과(bandwagon effect)가 생긴다. 지금은 물론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이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사회규범이 됐다. 따라서 이 중에도 그렇게 되는 기술이 많으리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처음에는 약간 두려워할 만한 로봇공학과 혼합현실(mixed reality, 가상과 현실의 합성) 등의 이 모든 기술들을 포함해서 말이다.”
사진 설명
1. 스웨덴제 최신형 실리콘 소재 섹스 인형. 인공지능 기반의 인간적 속성과 합성소재 피부를 갖춰 실제 여성과 아주 비슷해 보인다.
2. 고품질의 실리콘과 움직이는 관절 덕분에 실물 크기 시뮬레이션 인형의 외형과 느낌이 실제 사람과 갈수록 비슷해진다. 그리고 머지 않아 대화도 나눌 수 있게 된다.
글= JACOB JAMES 뉴스위크 기자
번역= 차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