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부의 역사 부인, 현대 전쟁범죄 부추겨” 민디 커틀러 APP 소장
【뉴욕=뉴시스】노창현 특파원 = 일본 군대의 성범죄 희생양은 위안부 여성들만이 아니었다.
뉴욕 타임스가 16일 일본의 전시 성노예(위안부) 범죄에 관한 장문의 기고문에서 일본 군인들이 성적 만족을 위해 네덜란드 소년들을 농락했는가 하면 미국의 간호사를 성폭행했다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또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根康弘) 전 총리가 해군 중위였던 1942년 보루네오에서 직접 위안소를 설치한 사실을 언급한 비망록 내용을 소개하며 오늘날 위안부 범죄를 부인하는 일본 정부의 뻔뻔함을 고발했다.
뉴욕 타임스는 민디 커틀러 아시아폴리시포인트(APP) 소장의 기고문 ‘위안부들과 진실에 대한 일본의 전쟁’이라는 글에서 일본 제국주의 군대의 조직적인 성범죄를 부인하는 아베 신조(安倍晉三) 정부의 단계적 노림수를 분석했다.
일본의 전범기(욱일기)를 배경으로 위안소에 수용된 여성의 이미지와 함께 게재된 이 글은 네덜란드 소년들에 대한 성 학대와 미국 간호사 성폭행 등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과 “아베 정부의 역사 부인이 현대의 전쟁범죄와 조직적인 성범죄를 단죄하지 못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초강력 비난을 가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1982년부터 1987년까지 총리를 지낸 나카소네 야스히로는 1978년 ‘23살의 3000명 남성들의 사령관(Commander of 3,000 Men at Age 23)’이라는 비망록에서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에서 위안소를 직접 만들어 운영한 사실을 고백했다.
커틀러 소장은 나카소네의 비망록에도 불구하고 아베 신조 정부는 일본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거짓말로 역사적 기록을 고치는 전면적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군국주의 일본이 여성들에게 인신매매와 매춘을 강제하는 위안부 제도를 운영했다는 것을 부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군국주의 일본은 섹스가 사기를 올리고 성병을 통제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믿었으며 육군과 해군이 여성들을 납치하고 위안소 건설과 비용, 의료 검사 등을 책임졌다고 밝혔다.
또한 아베 정부가 2007년 집권 1기 때 ‘고노 담화’를 약화시킨데 이어 2012년 집권 2기 출범 직전 뉴저지 한 신문에 ‘위안부들은 당시 허가난 창녀들에 불과하다’며 팰리세이즈팍의 위안부기림비 건립에 항의하는 광고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커틀러 소장은 아베 정부가 지난 6월 ‘16명의 위안부 피해자 증언이 검증되지 않았고 일본 관리가 여성을 납치했다는 문서상의 기록이 없다’고 주장하고, 10월엔 ‘일본이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 공정한 평가를 받도록 하자’는 전략적 캠페인을 이끌었으며 사토 구니(佐藤地) 인권대사를 뉴욕의 라디카 쿠마라스와미 전 유엔 특별보고관에게 보내 1996년 위안부 보고서 수정을 요구하는 등 일련의 노림수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쿠마라스와미 특별보고관은 1996년 보고서에서 “동남아시아의 많은 지역에서 여성들이 일본 군대가 관여한 다양한 수단들에 의해 끌려온 일치된 증거들은 너무나 명백하다”며 일본의 뻔뻔한 요구를 일축한 바 있다.
커틀러 소장은 유엔 보고서가 당시 일본 식민지에 있던 희생자들의 증언과 서류들에 근거한 것으로 피해자들이 성폭행당하고 노예 생활을 한 사실들이 안다만 섬 주민들과 싱가포르, 필리핀, 보르네오 원주민들에 의해 공통적으로 언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일부에서는 네덜란드 소년들을 포함한 젊은 남성들이 일본 군인들의 취향(proclivities)을 만족시키도록 강요됐고, 일본 군인들이 필리핀 바탄 섬의 종합병원에 근무하던 미국 간호사를 성폭행한 충격적인 사실도 공개했다.
이 때문에 여성 죄수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머리를 박박 깎고 남자 행세를 했으며 자바에 있던 네덜란드 엄마들은 자식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교회에서 몸을 팔기도 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수마트라에서 조난을 당한 병원선 바이너부르크호에 탑승한 영국과 호주 여성들은 군대 매음굴에 가든지 포로수용소에서 굶어죽든지 양자택일을 강요당했다.
커틀러 소장은 아베 정부는 특히 정치적 이유로 인해 과거 한국의 여성들에 대한 일본의 행위들에 대한 광범위한 역사적 기록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 심각한 사태는 거의 강박 증세를 보이는 아베 정부의 역사 부인이 지구촌의 현안들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위안부 보고서에 대한 트집잡기로 그치는 게 아니라 현대의 전쟁범죄와 비전쟁범죄에 대한 유엔 보고서와 희생자 증언들이 묵살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은 지난 3월 스리랑카의 전쟁범죄에 관한 조사 지지를 보류한 유일한 G7 국가로 남았다. 당시 기하라 세이지(木原誠二) 외무성 정무관은 스리랑카 대통령을 만나 “우리는 국제기구들의 편견에 찬 보고서들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커틀러 소장은 전시 성폭행과 성매매라는 전 세계적인 문제들을 줄이겠다는 희망을 가지려면 아베 정부의 역사 부인을 중단시켜야 한다면서 유엔 안보리 회원국들은 인신매매와 성노예의 역사적 기록을 왜곡하고 부인하는 아베 정부에 대한 명확한 반대를 해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특히 미국은 동맹국인 일본에 인권과 여성의 권리는 미국 외교정책의 근간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야 한다”면서 “만일 우리가 침묵을 지킨다면 무조건 부인하는 일본의 ‘잡아떼기(denialism)’를 돕게 되고 성폭력 등 범죄와의 전쟁을 종식시키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