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이영작의 여론&정치] '剛(강) 대 剛' 대북정책이 한반도 평화 부른다

바람아님 2014. 11. 18. 10:11

(출처-조선일보 2014.11.18 이영작 前 한양대 석좌교수)

獨 베를린 장벽 허문 레이건, 햇볕정책 虛實 간파한 부시… 평화주의 맹점 꿰뚫어 봐
오판 부를 對北 宥和 아니라 核무기·무력통일 포기한다는 항복받는 게 평화통일 지름길

이영작 前 한양대 석좌교수 사진"고르바초프 서기장이여, 이 장벽을 허무십시오." 

1987년 6월 12일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동독 저격병의 사거리 안에 있는 브란덴부르크 문에 

모인 4만5000명의 청중 앞에서 베를린 장벽을 향하여 외쳤다. 미국과 소련의 군비(軍備) 경쟁이 

한창이던 당시 독일을 분단시키고 가로막는 장벽은 냉전의 상징이었다. 

레이건 대통령은 백악관 보좌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베를린 연설에서 "이 장벽을 허무십시오"라는

구절 발언을 강행하였다. 그리고 29개월 후 마법같이 동·서독 장벽이 허물어지고 1년 후 독일은 

통일되었다. 레이건의 베를린 연설 32개월 후인 1990년 2월 소련은 공산당 일당체제를 포기하면서 

공산주의의 종말을 고하였다.

레이건의 베를린 연설이 독일 통일과 소련 붕괴의 직접 원인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자유진영의 

지도자로서 레이건의 '강(剛)에는 강(剛)'이라는 굳은 신념이 공산주의 소련의 항복을 끌어냈고 독일 통일을 재촉하였다. 

레이건은 '강한 미국, 작은 정부'라는 모토로 대통령이 되었고 끝까지 이 신념과 정책으로 미·소 냉전체제를 끝내면서 

우유부단한 전임 카터 대통령 아래서 세계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던 미국을 다시 군사·경제 최강국으로 만들었다.

2001년 3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취임 직후 김대중(DJ) 대통령이 방미(訪美)하여 햇볕정책을 설득했다. 

북한과 햇볕정책에 대하여 회의적이었던 부시는 김 대통령과의 회담을 마치고 참모들에게 '순진한 양반'이라고 하였다 한다. 

그는 햇볕정책의 실패를 예측하고 있었다. 부시는 2002년 1월 연두교서에서 북한·이란·이라크를 '3대 악(惡)의 축(軸)'이라고

선언했다. 북한이 2005년 핵무기 보유 선언, 2006년 첫 번째 핵실험을 단행한 것을 보면 북한은 DJ의 방북 기간 중에도, 

DJ가 전 세계에서 햇볕정책을 전도하는 중에도 핵무기 개발을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었고 부시는 이를 간파하였던 것 같다.

우리 국방부는 안전을 이유(?)로 애기봉 철탑을 해체하여 지난 43년간 북한에 비추던 성탄절 불빛이 중단된다. 

보수단체들과 탈북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야당·진보좌파 단체들과 일부 지역 주민이 반대하고 정부·여당도 부정적이다. 

유화정책이 북한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정부는 기대하는 모양이다. 북한이 억류하고 있던 미국인들을 석방하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북·미관계에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는 미국 정부 관계자는 없을 것이다. 

1994년 제네바 합의로 북한에 이미 한 번 속았던 미국은 북핵이 폐기되기 전에 관계 개선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 단호하다.

북한의 말을 다 들어주면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한반도에 평화가 올 것이라고 정부·여당·정치권이 믿는다면 남북관계에 정책도,

철학도, 역사의식도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가 간에 평화주의는 반드시 실패한다. 

제2차 세계대전 전에 영국 총리 네빌 체임벌린은 평화공세를 취했지만 히틀러의 야심을 막지 못했다. 

1962년 미·소 간의 핵전쟁 위기를 무릅쓰고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에 미사일을 도입하려는 소련의 시도에 강경 대응함으로써 

소련은 쿠바를 군사기지화하려던 시도에서 물러나야 했다.

국제관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약자에게 잔인하다. 

조선왕조가 군사·경제 강국이었다면 임진왜란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병자호란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며, 

1910년 제국주의 일본이 조선을 강점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1950년 남한이 군사·경제적으로 북한보다 강했다면, 

또는 미군이 철수하지 않았다면 김일성이 6월 25일 미명에 감히 남한을 쳐들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힘없는 국가는 동정과 경멸의 대상이지 사랑과 존경의 대상일 수 없고 평화도 누릴 자유가 없다. 

숨은 힘과 실력은 무용지물이다. 힘과 실력을 키우고 항상 힘을 쓸 준비가 되어 있을 때만 평화가 온다. 

두려움이 존경이다. 호랑이는 웃지도 않지만 웃는다고 해도 무서운 존재다. 

힘을 키우고 힘을 보이고 힘을 쓸 준비가 되어 대한민국이 두려움의 대상이 되면 국제적으로 존경받고 북한 지도자들도 

머리를 숙이고 한반도의 평화도 온다.

햇볕정책, 퍼주기, 상호주의, 미국의 평화공세는 모두 실패했다. 

애기봉 철탑을 철거하고 대북 전단살포를 반대하며 북한과의 대화에 목을 매면서 대북 유화공세를 펴는 남한을 북한은 

약자의 신호라고 오해할 수 있다. 북이 요구하는 대로 핵무기 인정, 미군 철수, 경제원조가 이루어지면 북은 남에 

무력통일이냐 항복이냐의 선택을 요구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애기봉에서 북의 저격병을 두려워 말고 북한에 "핵무기를 포기하라. 핵무기의 대가는 김정은 일당의 패망이다"

라고 외치면서 '강대강(剛對剛)'의 대결로 무력통일의 꿈을 버리게 하여 항복을 받아내는 길만이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지름길임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