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한삼희의 환경칼럼] '電力 마피아'의 통계 왜곡

바람아님 2014. 12. 22. 09:58

(출처-조선일보 2014.12.22 한삼희 논설위원)


한삼희 논설위원박희천 인하대 교수가 '에너지 통계의 착시(錯視)' 현상이라며 제보해 왔을 때 선뜻 믿기지 않았다. 
통계 자료를 확인해 보고서야 착시 정도가 아니라 왜곡(歪曲)으로 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월 "2011년 19.0%였던 '최종에너지 소비 대비 전력 소비' 비중을 
2035년 27.2%로 끌어올리겠다"는 에너지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면 '선진국 수준으로 맞추게 된다'고 했다.

당시 전문가와 NGO들은 "전력 수요를 너무 높게 잡았다"고 비판했다. 
우리는 이미 전기를 너무 많이 쓴다. 핵심 선진국 가운데 2011년 기준 1인당 전력 소비가 
우리(1만162㎾h)보다 많은 건 미국(1만3227㎾h)뿐이다. 
독일·프랑스·일본은 우리의 70~80% 수준이다. 
우리 전기 요금이 OECD 평균의 60% 수준밖에 안 돼 다들 펑펑 써왔다. 
그런데 산업부는 향후 20년 동안 전기 소비를 다시 50% 늘리겠다고 한 것이다.

산업부가 제시한 근거(根據)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돌린 모델이다. 
모델은 복잡하게 얽힌 수식(數式)에 경제성장률, 산업 구조, 에너지 효율, 유가, 인구 증가 같은 수많은 변수를 입력해 
미래 예측치를 뽑아낸 것이다. 작업자 의도를 반영하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일종의 '장막 뒤 작업' 같은 것이어서 그 결과를 놓고 의미 있는 토론도 벌어지기 어렵다.

또 한 가지 근거는 '전력 소비 비중'을 갖고 선진국과 우리를 비교한 부분이다. 우리 전력 소비 비중(2011년 19.0%)은 
OECD 평균치(22.0%)보다 아직 한참 밑이고 열심히 전력 소비를 늘려가야 2035년쯤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확인해보니 산업부는 애당초 통계 작성 방식이 달라 비교해선 안 되는 수치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우리 통계는 석유화학·철강 산업 분야에서 첫 단계로 투입되는 에너지(나프타, 유연탄)를 '최종에너지'로 잡는 데 반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그것의 2차 생성품(에틸렌·프로필렌, 코크스 등)을 '최종에너지'로 본다. 
2차 생성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에너지 상당량이 소실된다. 
그래서 우리식 계산으론 19.0%였던 전력 소비 비중(2011년)이 IEA 방식 계산으론 25.1%가 되는 것이다. 
당연히 IEA식 통계가 국제표준이다. 
그걸로 따질 경우 2011년 핵심 경제 선진국 가운데 25%를 넘는 것은 우리와 일본(25.7%)뿐이었다.

산업부는 2035년 우리의 전력 소비 비중이 27.2%로 늘어나면 '(그제야) 선진국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IEA 방식으로 계산했다면 27.2%가 아니라 35%에 육박하는 수치로 나올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통계 연보엔 '한국 (총발열량) 방식'과 'IEA (순발열량) 방식' 통계가 다 실려 있다. 
연구원에게 물었더니 '통계가 다르다는 것은 공무원들도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했다. 산업부 공무원들이 
미래 전력 수요 전망을 부풀리면서 비교해선 안 되는 통계를 비교해 그걸 합리화(合理化)했다는 의심이 든다.

산업부 논리대로면 2035년까지 표준형 원전으로 따져 40기 이상 발전소를 건설해야 한다. 
엉터리 통계를 들이대고 수십 조, 수백조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니 '전력 마피아' 소리가 안 나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