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의 인기 밴드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부부가 관람 중인 공연에서 중의원 해산(총선거 실시)을 비꼬는 애드리브를 해 화제다. 5인조 밴드인 ‘서던 올스타즈(Southern All Stars)’의 리더 겸 보컬리스트 구와타 게이스케(桑田佳祐·58·사진)는 28일 요코하마에서 열린 단독 공연 도중 “중의원 해산이라는 터무니없는 소리를 한다”는 가사를 불쑥 집어넣어 노래를 했다.
개사한 곡은 1998년 구와타 본인이 작사·작곡한 히트곡 ‘폭소 아일랜드’였다. 이 노래에는 ‘우수한 내각총리의 (의사)표명, 원고를 읽으며 나라를 구한다’ ‘유명한 억지력 무기들과 조약, 민중의 무리는 블루…베이비, 안전합니다라고 장관은 말한다’ 등 섬나라 일본의 정치현실을 풍자하고 총리를 야유하는 가사들이 다수 들어있다. 이 노래 중간에 ‘중의원 해산’을 끼워넣은 것이다. 일본 언론들은 “객석에 앉은 아베 총리를 의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명분 없는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 비용으로 700억 엔(약 6400억원)이 지출돼 세금만 낭비했다는 걸 비꼬았다는 것이다.
지지(時事)통신은 28일 “듣고 있던 아베 총리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고 전했다.
공연이 끝난 뒤 아베 총리는 “즐거웠다”고 했지만 ‘중의원 해산’을 언급한 애드립에 대해선 답을 않고 미소로 대신했다. 아베는 공연 중 곡에 맞춰 손을 흔들거나 몸을 앞으로 내밀고 손뼉을 치는 등 공연을 즐긴 것으로 전해졌다.
서던 올스타즈는 78년 데뷔한 이래 40년 가까이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일본 록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도쿄=김현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