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비자림은 마치 겨울이 없는 것 같아.
숲 한가운데 들어가 있자니, 푸르러서 겨울이 안 왔나 싶기도 하고, 벌써 봄이 온 건가 하기도 해.
새빨갛고 탐스러운 천남성 열매도 마르기는커녕 여전히 싱싱하더라고. 이름이 천남성이라니, 풀 이름 치고 독특하지?
옛날에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다가 당나라 사람들이 병을 고치는 데 쓰면서 '하늘에서 내린 남쪽별'이란 뜻으로
'천남성(天南星)'이라 부르게 됐다는 이야기가 있어.
천남성의 뿌리가 희고 둥글어 노인의 머리와 닮았다는 뜻에서 이름 붙었단 또다른 이야기도 있지.
머리털이 희끗희끗하게 센 걸 뜻하는 '성성(星星)하다'는 말에서 천남성의 '성(星)'자를 땄다는 거야.
천남성은 따뜻하고 습한 곳에서 잘 자라. 우리나라 곳곳에서 볼 수 있지만,
날씨가 딱 알맞은 제주도 숲에서도 쉽게 볼 수 있어.
- ▲ 그림=공혜진(호박꽃‘내가 좋아하는 겨울 열매’)
줄기 옆이나 줄기 사이로 꽃대가 올라와 꽃이 피어.
꽃도 열매만큼 특이해. 기다란 통처럼 생겼거든. 통의 한쪽 끝은 멋지게 휘어 그 안의 꽃술 위로 드리워 있지.
우산처럼 비를 막아 주는 거야.
통 안에 들어왔던 곤충들이 꽃가루를 잔뜩 묻힌 채 빠져나갈 수 있도록 아래쪽엔 구멍이 뚫려 있어.
뭉툭한 핫도그처럼 생긴 열매는 옥수수 알처럼 촘촘하게 박혀 있어.
풀빛일 때는 눈에 좀 덜 띄다가 가을이 돼 새빨갛게 익으면 눈에 퍽 잘 띄어.
잎들이 마르면 줄기 끝에 실한 열매만 남아 더 두드러져 보여.
말랑말랑 젤리처럼 입에 쏙 넣고 싶겠지만, 절대 그러면 안 돼. 혹시 만졌다면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하지.
사람이 먹으면 안 되는 독이 있기 때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