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산맥은 흔히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린다. 해발 7000~8000m의 고봉(高峯)이 즐비해 ‘새조차 함부로 넘지 못하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인도기러기다. 기러기목 오리과에 속하는 이 철새는 겨울을 나기 위해 1년에 두 번 히말라야를 넘는다.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해발 8848m) 위로 날아가는 걸 봤다는 기록도 있다.
인도기러기의 몸집은 길이 70㎝에 몸무게 1.8~2.9㎏ 정도다. 장거리 비행을 하는 새치고는 그리 큰 편이 아니다. 한데도 어떻게 그렇게 높게 날 수 있을까.
영국 뱅고르대학 생물학과의 데이비드 비숍 교수 등 국제연구팀은 16일 그 비결이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는 ‘롤러코스터 비행술’에 있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온라인판에 소개된 논문을 통해서다.
연구팀은 번식지인 몽골에서 살다 월동을 위해 티베트·인도로 날아가는 인도기러기 7 마리에게 특수 장비를 채웠다. 새들의 체온과 심전도, 압력ㆍ가속도 변화 등을 수집하는 장비였다. 연구팀은 이 장비로 인도기러기들이 히말라야를 넘을 때 비행궤적과 신체 변화를 꼼꼼히 살폈다.
그 결과 인도기러기들이 그간 알려졌던 것처럼 높이 날아올라 수평 비행을 하는 게 아니라, 지형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 ‘콜러코스터 비행’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비행고도도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최고 7290m까지 올라간 경우도 있었지만 전체 비행시간의 90% 이상은 6000m 아래로 날았다.
애써 높은 곳까지 올라갔던 인도기러기들이 다시 아래로 내려오는 이유를 연구팀은 두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 에너지 소모가 많기 때문이다. 고도가 높아지면 공기 밀도가 낮아진다. 그만큼 비행에 필요한 부력과 추진력을 얻는데 많은 힘이 든다. 조사에 따르면 인도기러기의 초당 날갯짓 횟수가 6% 늘 때 심장박동은 19%까지 치솟았다. 둘째 숨이 가쁘기 때문이다. 해발 0m에서 호흡할 수 있는 산소량을 100%로 봤을 때 해발 5500m에서는 50%, 에베레스트산 정상에서는 33% 수준으로 떨어진다.
때문에 인도기러기들은 높은 산을 만날 때만 ‘고공 비행’을 하고 산을 넘고 나면 고도를 낮춰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숨도 고르는 '경제적 비행'을 한다는 게 연구팀 분석이다. 연구에 참여한 니얌바야르 바트바야르 박사는 “비행을 하는 동안 인도기러기의 평균 심장박동수는 분당 328회에 불과했다”며 “새들은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유지하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땅을 가로지르는 길(방법)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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