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늑대 野生복원 검토… 산에서 마주치면 어쩌지?
(출처-조선일보 2015.01.23 김성모 사회정책부 기자)
贊 "생태계 건강해져" / 反 "등산객 위험해져"
'한국 늑대'를 야생에 복원(復元)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환경부는 "반달가슴곰, 산양, 여우 등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들의 복원 사업을 벌인 데 이어
한국 늑대도 자연 방사해 복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며 "
오는 3월쯤 늑대 전문가를 모아 전문가 포럼 등을 열고, 타당성 검토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22일 밝혔다.
호랑이, 스라소니와 같은 대형 육식동물 중 야생 복원 대상으로 검토되는 것은 늑대가 처음이다.
한국 늑대는 한때 남한 곳곳에서 발견됐지만, 일제강점기 때 '해수 구제(해로운 짐승 제거) 사업'과
광복 이후 전국적인 쥐 잡기 운동 등 영향으로 개체 수가 급감했다.
남한에서는 1980년 경북 문경에서 포획한 것이 마지막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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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8년 러시아에서 들여와 대전 오월드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한국 늑대. 환경부는 한국 늑대를 자연에 방사해 복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신현종 기자
환경부 관계자는 "늑대를 야생에 복원하면 국내 생태계가 더 건강해질 수 있다는 일부 전문가 의견도 있다"면서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회색 늑대 복원 사업"이라고 말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1995년 늑대를 방사해 10여년 만에 개체 수가 크게 늘었다. 회색 늑대가 없을 때에는 초식동물인
엘크가 대거 번식하면서 옐로스톤의 수풀이 황폐해졌는데, 늑대가 다시 야생에 돌아와 최상위 포식자 역할을 수행하자
생태계도 덩달아 회복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늑대를 자연에 복원할 경우 가축은 물론 사람에게도 해를 끼칠 우려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늑대는 광범위한 서식지 안에서 무리를 지어 행동하는 특성이 있고, '합동 작전'을 통해 큰 몸집의 동물도 사냥한다.
어경연 서울동물원 동물연구실장은 "만약 먹이가 극단적으로 부족하면 민가에 내려와 가축을 공격할 가능성도 있고,
흥분한 상태에서 드물지만 등산객을 향한 공격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자연 방사 논의 과정에서 안전성 문제를 충분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 당국도 안전성을 최우선에 두고 검토해 사업 시행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충분한 기초 조사를 통해 늑대 방사가 사람에게 끼칠 영향을 검토하고,
사람에게 피해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자연 방사 지역이나 방사할 마릿수 등 구체적 사안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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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늑대 되살리기
(출처-조선일보 2015.01.24 오태진 수석논설위원)
1916년 조선총독부가 현상 수배령을 내렸다. 현상금 15원, 쌀 두 가마니 값을 걸었다. 수배된 '악당들'은 늑대였다. 한 해 전에만 사람 113명과 마소 340마리를 해쳤다고 했다.
일제강점기 늑대 2625마리를 포획했다는 통계도 있다.
50년대 말 쥐 잡기 때엔 약 먹고 죽은 쥐를 늑대가 먹으면서 마저 떼죽음했다.
80년 문경에서 잡혀 이내 죽은 게 마지막 야생 늑대다.
▶동서양 모두 늑대는 악(惡)이다. 수렵시대 인간의 사냥 경쟁자였다.
목축시대엔 어슬렁대며 가축을 노리던 약탈자였다. 그
래서 음흉한 남자를 '늑대 같다'고 한다. '빨간 모자' '아기 돼지 삼형제' 같은 동화에서도 늘 악역이다.
그러니 '씨가 말라도 싸다'고 할지 모르겠다.
캐나다 작가이자 자연학자 팔리 모왓도 그랬다.
순록을 멸종시킨다는 늑대를 연구하러 동토 툰드라에 갈 때까지는.
▶그가 1년 넘게 늑대 굴 가까이 천막 치고 지켜본 생태는 달랐다. 무리 지어 겨울 날 때 빼곤 일부일처 가족 꾸리며 정성껏 새끼를 키웠다. 먹이가 부족하지 않도록 스스로 번식을 조절했다.
병 들고 허약한 순록만 잡아먹었을 뿐 주식은 들쥐였다.
그는 늑대가 들쥐만 먹고 살 수 있는지 궁금해 몇 주를 들쥐 요리만 해먹었다.
늑대에게 순록 도살꾼의 누명을 씌운 건 인간이었다.
▶사냥꾼과 업자들은 뿔·모피 노려 순록을 마구 잡으면서 늑대 탓을 댔다.
포상금 걸린 늑대도 독약까지 써가며 학살했다.
모왓이 63년 '울지 않는 늑대(Never cry wolf)'에 쓴 이야기다. 거기 에스키모 설화가 나온다.
'여자가 얼음 구멍에 손을 넣어 살찐 순록만 잡아먹다 보니 마른 순록만 남았다.
여자가 다시 손을 넣었더니 늑대가 나와 순록을 공격했다. 순록에 살이 붙기 시작했다.'
'늑대 사는 숲이 건강하다'는 현대 이론과 통한다.
▶1995년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회색늑대를 풀어놓았다.
늑대가 먹고 난 엘크 주검은 곰부터 까치까지 청소 동물 겨울 먹이가 됐다. 엘크가 뜯어먹어 황폐했던 수풀이 살아났다.
먹이사슬도 튼튼해졌다. 우리 환경부도 늑대 방사(放飼)를 검토한다는 소식이다.
맹수는 처음이라 사람이 위험하겠다는 걱정이 나온다.
일본 홋카이도 시레토코 국립공원의 명물은 40년 노력 끝에 복원한 불곰 300여마리다.
2m, 400㎏ 불곰이 종종 민가에 다가오지만 잘 막아 아직 인명 피해는 없다고 한다.
늑대는 억울하다. 여우처럼 나쁜 이미지 씻을 기회다.
그러려면 옐로스톤이나 홋카이도같이 마땅한 방사 장소부터 찾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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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ㅣ희귀동물 생활탐구] ④ 한국늑대 '늑'
(출처-조선일보 매거진 2011.04.05 대전=김지혜 기자/도움말=이일범 대전 오월드 동물관리팀장)
"다툼 생기면 긴급 출동! 나는야, 열혈 여장부"
어린이 친구들, 안녕? 내가 퀴즈 하나 낼 테니까 한번 맞혀봐.
이 동물의 코는 길고 뾰족한 편이야. 귀는 항상 쫑긋 세워져 있고 생김새는 개와 비슷하지.
하지만 개와 달리 꼬리는 항상 아래로 축 처져 있어. 정답 아는 친구! 아직 잘 모르겠다고?
그럼 결정적 힌트를 줄게. 이 동물의 특기는 깊은 밤, 달빛 아래서 ‘우우우우~’ 하고 우는 거란다.
이제 좀 알겠니? 그래, 정답은 바로 ‘늑대’야. 그런데 왜 뜬금없이 퀴즈냐고?
너희에게 좀 더 참신한 방법으로 내 소개를 하고 싶었거든, 호호. 난 여러 종류의 늑대 가운데 ‘한국늑대
(학명: Canis lupus coreanus)’에 속하는 ‘늑’이라고 해. 올해 네 살. 외모 하나는 자신 있는, 예쁜 암컷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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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고 뾰족한 코·쫑긋한 귀… 멋지지? 무리 지키는 용맹한 모습, 누구라도 반할걸… 여긴 고향에서처럼 맘껏 뛰놀 수 있어 좋아… 꿈이 뭐냐고? 예쁜 새끼 낳아 기르고 싶어” / 대전=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우리 집은 대전 오월드 동물원이야. 국내에서 유일하게 한국늑대를 볼 수 있는 곳이지.
이곳엔 날 포함해 암컷 늑대 세 마리, 수컷 늑대 네 마리가 살고 있단다.
사실 한국늑대는 지난 1980년 경북 문경시에서 마지막으로 발견된 이후 모두 멸종됐어. 그럼 우린 어떻게 된 거냐고?
원래 난 러시아 사라토프주(州) 내몽골 평원에 살던 야생 늑대였어. 어느 날, 낯선 사람들이 놓아둔 그물에 그만 걸려버렸지.
고작 한 살이었던 난 너무 무서워 온몸을 벌벌 떨었어.
그물에 걸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난 함께 잡힌 친구들과 한국으로 왔어. 영문도 모른 채 말이야.
나중에 들은 얘긴데 대전 오월드와 러시아 늑대 연구소가 계약을 맺어 우릴 여기로 데려온 거래.
멸종된 한국늑대를 복원(復元·원래대로 회복함)하기 위해 같은 종류인 우리가 필요했다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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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 오월드 동물원 사파리에 머물고 있는 늑대 한 마리가 입을 크게 벌린 채 하품하고 있다. / 대전 오월드 제공
이곳 생활은 러시아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아.
들판을 맘껏 뛰놀던 내겐 얼마나 다행스러운 환경인지 몰라. 솔직히 처음엔 한국에 간다기에 ‘다른 동물원 친구처럼
철창 안에 갇혀 지내면 어쩌지?’ 하고 엄청나게 걱정했거든. 하지만 오월드에선 우릴 위해 4000㎡(약 1200평) 규모의 산에
사파리(safari·야생동물을 놓아 기르는 자연공원)를 만들어줬어.
덕분에 난 언제든 긴 다리를 쭉쭉 뻗어 비탈 여기저기를 내달릴 수 있단다. 내 고향 내몽골 평원에서처럼 말이야.
우리 늑대들은 보통 떼 지어 생활해. 그중에서도 난 ‘대장’ 역할을 맡고 있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늑대도 대장 말이라면 뭐든 따른단다. 가끔은 대장으로 사는 게 힘들 때도 있어.
무리 간 다툼이 생기면 이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 작업이 쉽지만은 않거든.
하지만 대장 자리를 다른 암컷에게 물려주긴 싫어. 욕심이 많아 그런지 늘 돋보이고 싶더라고.(웃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먹이는 각종 고기야. 쇠고기·염소고기·닭고기 등 고기라면 가리는 것 없이 다 잘 먹지.
그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건 사육사 아저씨가 종종 ‘특별 간식’으로 주시는 토끼고기야. 잠자리는 주로 땅을 파서 만들어.
사육사 아저씨들이 움막집을 지어준 적도 있는데 영 불편하더라. 성격은 대체로 활발하지만 의심이 많은 편이야.
언제 공격받을지 모르는 야생 생활을 거치며 생긴 본능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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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늑’이 낳았던 새끼 늑대들의 모습. 이들은 태어난 지 불과 몇 달 만에 ‘파보 바이러스’에 감염돼 모두 숨졌다. / 대전 오월드 제공
지난해 5월 생각만 하면 난 지금도 마음이 아파. 힘들게 낳은 새끼 6마리가 병에 걸려 차례로 죽어버렸거든.
수의사 선생님들이 진단한 사망 원인은 ‘파보 바이러스(parvo virus)’야.
출생 직후의 개나 늑대에게 발생하는 무시무시한 바이러스라나?
동물 중에서도 늑대의 새끼 사랑은 유별나기로 알려져 있거든.
당시 난 한동안 새끼들이 머무르던 흙으로 된 굴 앞에서 멍하니 서 있곤 했어.
하지만 걱정 마. 지금은 예전의 밝고 활달한 모습으로 돌아왔으니까.
우릴 찾아온 관람객이 저만치서 우릴 지켜볼 때면 난 무리를 이끌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용맹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단다. 갈색 털을 휘날리며 달릴 때 우리가 얼마나 멋있는지 아마 모를 거야.
지금 내 꿈은 하늘나라에 있는 새끼들을 꼭 닮은 자식을 다시 낳는 거란다.
그때까지 ‘대장’으로 건강하고 씩씩하게 살아갈 생각이야. 너희도 날 응원해줄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