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自然과 動.植物

[포토다큐]우리 눈빛만으로도 충분했지.. 수고했다, 내 새끼

바람아님 2015. 2. 1. 11:45

[경향신문 2015-1-30 일자]

"매사냥은 남녀 간의 연애와도 같은 것이지! 서로 믿음을 쌓고 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해."

대전의 응방(매를 포획하고, 조련하고, 사냥하는 국가기관)에서 만난 박용순 응사(매를 길들이거나 매사냥을 하는 사람)는 벌써 6개월째 동침을 하고 있는 보라매(1년이 넘지 않은 어린 참매)와 열애 중이다.

매사냥은 매와 같은 맹금을 잡아 길들여 사냥에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수렵문화 중 하나이고 한국 매사냥의 역사는 다른 나라보다 오래되었다고 한다.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매를 데리고 말을 타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삼국유사>, <삼국사기> 등 다양한 역사서에도 기록이 남아 있다. 유네스코 세계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매사냥 기능보유자 박용순 응사를 비롯하여 전국에 단 2명만이 우리나라 전통 매사냥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꿩 사냥을 준비하고 있는 참매 수지니가 용맹하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박용순 응사를 바라보고 있다.

고려응방에서 생활하고 있는 참매가 박용순 응사의 버렁에 놓인 먹잇감을 채며 비상하고 있다.참매, 황조롱이, 송골매 같은 녀석들은 하루에 닭 3~4마리를 먹어 치울 만큼 식욕이 좋다. 사냥을 위한 꿩도 필요하다. 매들을 훈련할 장소는 고사하고 매밥을 충당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전통문화 콘텐츠 발굴 육성에 앞장서겠다는 정부 홈페이지에는 세계가 인정한 우리나라의 유산으로 자랑이 대단하다. 하지만 추수 끝난 남의 논바닥을 떠돌며 주인 몰래 훈련하고 있는 박 응사의 매사냥에 대한 지원은 외면하고 있다.

"매사냥이 좋아서 매를 사랑한 게 벌써 40년이 넘었네, 다른 거 없어! 매사냥을 교육할 수 있는 체험장 하나 만들면 좋겠다는 바람뿐이야."



시치미떼다의 어원이 된 '시치미'시치미는 매의 발목에 매어놓던 일종의 이름표. 어떤 사람들은 남의 훌륭한 매를 보면 매의 발목이나 꼬리에 있던 이름표를 떼고 그 매가 자기 것인 척했다. 그리하여 매사냥에서의 '시치미떼다'가 오늘날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사진은 소의 뿔을 갈아서 만든 시치미. 매의 위치를 알려주는 방울과 빨간 처녀 댕기머리 장식으로 멋을 더했다

매방의 참매, 황조롱이, 송골매 등에게 박용순 응사가 먹이를 주고 있다.'호∼∼!' 박 응사의 소리에 천연기념물 323호 참매가 시치미의 요란한 방울 소리와 함께 S라인의 자태를 뽐낸다.

자연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수지니(사람의 손으로 길들인 매를 일컫는 말)를 바라보는 박 응사와 수지니의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 함께 살아온 날들만큼의 교감이 묻어난다. 새끼 때 하늘에서 매를 받아 5년 넘게 매일 정을 들이고, 다시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내기까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 매사냥이다. 지금의 컴퓨터 세대들이 자연의 순리를 이해하고, 상대를 배려하고 교감과 소통을 놀이문화로 즐기며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는 소중한 전통문화이다

대전시 고려응방(www.kfa.ne.kr)에서 2월7일 연중 한번 열리는 '매사냥 일반인 공개시연 행사'를 진행한다. 이날 역시 남의 논바닥을 빌려서 해야 한다. 비라도 내리면 진흙탕에서 매를 날려야 할 판이다. 그래도 박 응사는 말한다 '내 취미생활이 아니잖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매사냥의 매력을 느끼고 체험하며 자연과 함께하기를 바랄 뿐이야….'

<사진·글 김기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