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휴일날 생긴일/芯 九
쫒겨가듯 달아나던 찬바람
오늘따라 가던 걸음 되돌아 왔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똑딱이 하나 들고 안양천길 나섰다
아! 이게 왠일인가
그 많던 갈매기가 보이지 않는다.
부지런한 걸음으로 광명교 밑에 다다르니
풍물 연습하는 소리가 교각밑을 울린다.
이 소리에 놀라 갈매기들이 모두 광명교 상류쪽으로 옮겨 간 것이다.
살금살금 제방 안쪽을 걸어가 갈매기 무리앞에 털썩 주저 앉아 사냥감을 찾는다
바람이 너무 세차게 불어 갈매기들이 꼼짝을 않고 잠만자고 있다.
대충 초점을 맞추고 기다린다. 움직일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여기저기서 하나둘 모여 들고
잠들지 않은 몇놈은 찬물에 몸 단장이 한창이다
저놈은 머지 않아 훼를 치거나 날아 오를 놈이다.
카메라 렌즈를 그놈에 맞추고 긴장된 눈으로 감시한다
역시 놈이 크게 훼를친다. 손가락은 연신 셔터를 누른다.
또다시 한놈이 크게 원을 그리며 날아와 앉으며 잠자는 놈의 깃털을 잡아 당기니
깜짝 놀라 죽는 소리를 지른다.
찬바람에 손이 곱아 오지만 신이난 손가락은 멈출줄을 모르고 눌러 댄다.
어느덧 햇볕도 약해지고땅바닥의 냉기가 엉덩이를 타고 올라와 일어나야 할것 같다.
똑딱이를 접어 주머니에 넣고 제방너머 화장실을 찾아 볼일을 보고 제방길을 걸어 집으로 향했다.
갈매기들이 혹 활동하지는 않는지 자꾸만 눈이 그쪽으로 간다.
아! 내가 앉아 있던 자리에 누가 삼각대를 세우고 있다
저건 저건 친구다.
"친구야!" 소리치려다 침을 꿀꺽 삼켰다.
그 뒤에 누군가 따라온다. 그건 제수씨였다.
순간 테이프 끊어진 영사기처럼 빠르게 돌아 간다.
오늘은 3.1절 공휴일 두내외가 사진도 찍을겸 새구경을 나온 것이다.
그러다 늦으면 오랜만에 외식을 할텐데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벤취에 앉아 똑딱이를 꺼내 들었다.
그래 모처럼의 외출에 내가 불쑥 나타나 일정을 틀어지게 할수는 없지
친구는 도저히 찍을수 없고 이순간 나만이 찍을수 있는 사진이나 찍어주자,
몇컷 사진을 찍고 친구가 알아 보기 전에 얼른 자리를 떳다.
무엇에 쫒기듯 한참을 정신 없이 걷다 보니 카메라 주머니를 벤취위에 두고 온게 생각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다시 벤취로 돌아가 카메라 주머니를 찾아 들고 안양천을 보니
친구는 상류쪽으로 이동중이었다.
"친구야! 오늘 좋은사진 많이 찍고 오봇이 내외간의 정담을 나누는 좋은 시간이 되시게나"
석양을 바라보며 발길을 옮긴다. 친구사진은 메일로 보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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