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1.29 오정석·EBS PD)
공개방송 녹화날. 40여일을 준비했다. 출연진이 분주히 의상을 입고 분장을 한다.
인형 탈을 쓴 연기자들은 고운 얼굴을 감추고 돼지 혹은 괴물의 모습이 된다. 조바심이 난다.
'조명은 잘 준비됐나?'
주인공을 집중적으로 비추는 핀(pin) 조명을 부탁했는데, 작동이 잘될지 염려된다.
마이크 테스트도 해본다. '천장에 매달아 놓은 풍선은 의도대로 잘 풀리겠지?'
세트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대형 모니터는 제때 화면을 내보낼지, 카메라·기술감독 모두 연습한
대로 잘해줄지 오만 가지 걱정이 다 든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온 어린이 관객이 어느새 객석을 가득 채웠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온 어린이 관객이 어느새 객석을 가득 채웠다.
좋아하는 캐릭터 이름을 연호하며 공연 시작을 재촉한다. 눈물이 핑 돈다. 감격스럽다.
다행이 큰 실수 없이 10㎡(약 3평) 남짓 중계차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정신없이 1시간 녹화를 마친다.
"재밌었어?" 묻는 부모들의 얼굴에 웃음이 넘친다.
"응." 대답하는 아이들의 목소리도 우렁차다. 감사하다.
'번개맨'은 이렇게 출발했다.
2012년 뮤지컬로 만든 '번개맨의 비밀'은 전석 매진 행렬에
누적 관객 45만명으로 아동 뮤지컬 사상 처음으로
'오페라의 유령' 같은 해외 대형 공연을 누르고 관객 몰이
신기록을 세웠다.
활약의 중심에 번개맨만 있는 건 아니다.
절대로 한 사람만으로 이뤄질 수가 없다.
공연장을 둘러보면 구석에서 조명을 비추고 음향을 조절하고
불꽃이나 비눗방울을 날리는 수많은 스태프가 있다.
무대 위를 위해선 무대 좌·우·아래의 피와 땀이 필요하다.
무대 위에 선다.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다.
이 빛은 저 어둠 너머에서 온 것이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쏘아내는 에너지다.
이들에게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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