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신은미라는 사람이 불러서 기억 속에 각인된
'심장에 남는 사람'은 제목과 가사만 들으면 마치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을 노래하는 것처럼 들린다.
이 노래의 한 구절은 이렇다.
"헤어진데도 헤어진데도 심장 속에 남는 이 있네.
아~ 그런 사람 나는 못 잊어. 아~ 그런 사람 나는 귀중해."
수령과 노동당을 찬양하는 문구가 전혀 없는 이 노래는 당과 혁명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람을 상징적으로 그려낸 노래라 한다.
언젠가 북한의 백내장 환자 1000명에게 수술을 해준 인도 의사의 다큐 필름을 본 기억이 난다.
눈을 뜨자마자 사람들은 수술해준 의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사진 앞에서
절을 하며 오열했다.
"눈을 뜨게 해주신 김일성 주석님, 김정일 위원장님 감사합니다."
분명히 그들의 심장에 남는 사람은 김일성 주석 부자임이 틀림없었다.
며칠 전 북한의 주체사상이 10대 종교 안에 들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며칠 전 북한의 주체사상이 10대 종교 안에 들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북한 주민들의 광적인 충성심의 수수께끼가 풀리는 듯도 하다.
재미 소설가 '수키 김' 인터뷰를 보며, 서구의 다른 나라들에서도 조선어를 쓰느냐고 묻는 해맑은 학생들의 질문에
재미 소설가 '수키 김' 인터뷰를 보며, 서구의 다른 나라들에서도 조선어를 쓰느냐고 묻는 해맑은 학생들의 질문에
당황했던 기억, 날 때부터 그렇게 살아온 그들이 불행해질까 봐 연못 같은 폐쇄사회 속에서 사는 젊은 학생들에게
"너희가 믿는 김씨 왕조의 논리는 옳지 않다"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는 그녀가 십분 이해가 되었다.
몇 년 전 개성공단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성분이 좋은 집안의 딸들이라는 그녀들의 얼굴엔
"우리는 남조선의 물질만능주의에 절대 기죽지
않는다"라고 쓰여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들의 귀 막고 눈 가린 민족주의적
자부심보다 소중한 건 춥고 배고프지 않은 수많은
북한 인민들의 내일이다.
만일 젊은 김정은이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결코 못한,
남북한의 먼 미래를 약속하는 통일을 위해
닫힌 문을 활짝 연다면,
그렇게 그가 남북한 우리 모두의 '심장에 남는
사람'이 되어 준다면….
그런 꿈은 그저 순진한 예술가의
한겨울 밤의 꿈일지 싶다.
/황주리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