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2.02 손관승 '괴테와 함께한 이탈리아 여행' 저자)
요즘 젊은 세대를 가리켜 '시대정신'이 없다고 한다.
거대 담론이 희박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절박한 것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미생'으로 대변되는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가 곧 그들의 시대정신이라 할 수 있다.
나는 가끔 대학에 특강을 하러 가는데 주제와 관계없이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스펙 달리는 저는 어떻게 해야 돋보일까요?"
"스펙 달리는 저는 어떻게 해야 돋보일까요?"
"이제 20대 초중반 나이에 인생 스토리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
정답이 분명한 객관식 세대에게 자기소개서는 어려운 과제일 수밖에 없다.
정답이 분명한 객관식 세대에게 자기소개서는 어려운 과제일 수밖에 없다.
캠퍼스 곳곳에 자기소개서, 글쓰기 강좌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엉터리 요령을 가르치는 곳도 종종 보인다.
그러다 보니 채용 담당하는 쪽에서도 답답하다는 하소연이다.
내가 만난 방송사의 중견 간부는 원서 300여
통을 검토했지만 맘에 드는 이력서 단 한 통도
건지지 못했다고 푸념하고 있었다.
스펙을 많이 쌓기는 했는데 진정한 열정을 읽을
수 없다는 얘기였다.
자리를 함께한 기업체 대표도 입사 원서를 읽다
보면 마치 이력서 '빈칸 메우기' 느낌이
든다고 했다.
심지어 봉사활동까지도 엄마나 학원이 가르쳐준
대로 점수 따기 위한 스펙으로 만들어온 것
같다는 지적이었다.
나 역시 CEO로 재직하는 동안 면접 과정에서
나 역시 CEO로 재직하는 동안 면접 과정에서
지원자들의 천편일률적인 스토리에다
비슷비슷한 스펙들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직종에 따라 원하는 능력이나 적성은 물론 다르겠지만, 다른 사람과 차별된 자신만의 매력과 색깔이 드러나는
사람에게 나는 점수를 더 주곤 했다.
매끄러운 자기소개서보다 투박하더라도 진정성 있는 문장이 더 끌리는 법이다.
때론 약점이 최고의 강점이 되기도 한다.
처절하게 분투하다 일어나는 모습만큼 위대한 감동이 또 있던가. 그것이 곧 차별된 인생의 스펙트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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