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經濟(內,外)

[경제초점] 富 만들기, 굴리기, 뺏어 먹기

바람아님 2015. 2. 2. 09:44

(출처-조선일보 2015.02.02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투자·혁신 의욕 잃은 기업인… 덜 일하고 더 받으려는 근로자
재테크·보조금 선호하게 만든 정부 정책이 경제 危機 초래해
경제 주체가 부가가치 창조에 집중하도록 하는 게 경제 革新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사람들이 돈을 버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상품이나 서비스, 정보 등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 방법이다.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것은 누군가가 자기 상품에 대해 지불 용의를 갖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 지불 용의를 현금화한 것이 소득이다. 
포장마차 주인의 매출이나 봉급 생활자의 월급이 여기에 포함된다. 
둘째는 자기가 갖고 있는 재산의 가치 상승분을 현금화하는 방법이다. 재테크나 투기를 통해 
부동산이나 주식 가격이 상승한 뒤 이를 팔아 소득을 올리는 것이다.

셋째는 남이 벌어놓은 것을 이전받는 방법이다. 용돈을 받는다든지 증여나 상속을 받는 것이 그것이다.
물론 남의 것을 훔치거나 뇌물을 받는 것도 여기에 속한다. 
또 떼쓰고 위협해서 돈을 받아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특히 남의 돈 중에 가장 손쉽게 이전받을 수 있는 돈이 주인 없는 돈, 즉 정부 예산이다. 
집단 민원이나 이익집단의 로비는 대부분 보조금·보상금·지원금 등 명목으로 정부 예산, 
즉 주인 없는 돈을 받아내겠다는 시도가 대부분이다.

눈에 안 보이는 이전소득이 또 하나 있다. 
생산활동에 기여하지 않으면서 임금을 받아가거나 생산에 기여한 것보다 더 받아가는 것도 남의 돈을 받아가는 이전소득이다.
그 때문에 누군가 생산한 것보다 덜 받아가는 사람이 생기기 때문이다.

세 가지 방법 중 경제적 부가가치의 창조는 첫째 방법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 
둘째와 셋째 방법은 개인적 차원에서는 소득의 증가지만 국민경제적 차원에서는 소유권 이전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민소득 증가에는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

한 나라의 경제력과 국민 생활수준은 그 나라가 가진 생산 능력에 달려 있다. 국내총생산(GDP)을 '국민소득'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약 국민 대부분이 부가가치 창조보다 남의 돈이나 정부 돈으로 편하게 살 궁리만 하고 재테크와 투기에만 노력과 관심을 쏟아붓는다면 그 나라 경제는 곧 성장을 멈추게 될 것이다.

문제는 부가가치 창조보다는 재테크, 재테크보다는 소득 이전이 더 쉬운 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가능하면 보조금을 받기나 
재테크로 먹고사는 것을 선호한다. 따라서 정부 정책은 그것이 조세 정책이든 금리 정책이든 산업 정책이든 경제 주체들의 
이런 성향을 억제하고 가급적 부가가치 창조를 통해 소득을 올리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어떤가. 많은 국민이 열심히 일해 부가가치를 창조하고 소득을 올리는 것보다 
벌어놓은 돈을 관리하거나 남의 돈으로 편하게 사는 것에 더 많은 신경과 에너지를 쓰고 있다. 
그리고 정부와 정치권은 이를 방관하거나 방조하고 있다.

지금 한국 경제가 어렵게 된 근본 이유는 기업인과 근로자 등 모든 경제 주체가 생산적으로 일해서 돈을 버는 것에 관심이 
없거나 포기했기 때문이다. 기업인들은 새로운 투자와 기술 혁신을 통해 기업을 키워보겠다는 의욕을 상실했고, 
근로자들은 부지런히 일해서 부(富)를 축적하려는 의지를 상실했다. 
기업들은 그나마 번 돈을 쌓아놓고만 있고, 근로자들은 되도록 덜 일하고 더 많이 받아가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문제는 경제 주체들이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든 정책과 제도에 있다. 
경제 주체들의 이런 안타까운 행태는 주어진 조건에서 자기에게 가장 유리하게 적응한 결과일 뿐이다. 
한국 경제가 1인당 4만달러 국민소득을 향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온 국민의 경제 에너지가 나눠 먹기, 
돈 굴려 먹기가 아니라 생산적으로 일해서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데 집중되도록 정책과 제도가 개혁되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경제 혁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