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2.05 김진표 前 경제부총리)
우리 경제가 저성장·저소득·저소비·저투자의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정부가 경기 부양의 마중물을 붓고 있지만 경제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인 일자리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이 9%대까지 치솟았고, 사실상 실업률은 11.2%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급기야 '고용 절벽'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일자리와 가장 밀접한 것이 기업의 투자다. 기업의 투자 부진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있지만
많은 전문가는 투자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규제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으로 상징되는 수도권 규제이다.
수정법은 경제 규모가 지금의 20분의 1 수준이던 33년 전에 만들어진 낡은 규제법이다.
수정법은 수도권을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으로 묶어 대규모 개발이나 공장 입지 제한은 물론
대학이나 병원 설립도 금지하는 등 비합리적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개발제한구역, 상수원보호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 수변구역 등 수십 가지 법률에 따른 각종 규제가 첩첩이 쌓여 있다.
투자 촉진을 위해선 수도권 규제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시급하지만 수정법을 정치권은 물론 언론조차 대표적 금기 사안으로
취급해왔다. 18대 국회에서 필자 등 많은 의원이 수도권 규제 개선을 위한 여러 법안을 제출했으나 지방 반발을 의식해
심의를 미루다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되고 말았다. 19대 국회에 들어와서도 수정법을 둘러싼 개정안과 제정안이 제안되고
있지만 소관 상임위에서 심의 자체가 지지부진한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수도권의 투자가 막히면 최첨단 기업은 지방으로 옮겨가는 대신 해외로 떠나버린다.
2004~2013년 수도권 기업들이 해외에 투자한 액수가 180조원에 이른다.
수도권 규제만 풀리면 당장 경기도에서만 2조원, 인천·서울을 합쳐 3조원이 투자로 연결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수도권 규제를 어떤 방향으로 개선할 것인가?
첫째, 수도권 규제를 유지하더라도 지방에서 생산 활동이 가능한 산업에 대해서는 규제를 그대로 유지해야
국토의 균형 발전이 가능하다.
둘째, 우리 경제에 반드시 필요한 최첨단 기업에 대해서는 수도권에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모든 규제를 풀어야 한다.
최첨단 기업의 투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인데 교육·의료·문화·교통 등 정주(定住)
여건을 고려하면 수도권 외에는 입지 조건을 갖춘 지역이 나타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도 수도권에 대한 규제를 풀면서 다시 투자를 촉진하고 있다.
셋째, 최첨단 기업은 중앙정부와 수도권 및 비수도권 전문가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심의 의결하고 국무회의에서
최종 결정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쳐 선정된 기업에 대해서는 수도권 내 공장 신·증축 및 운영과 관련된 다양한 규제 법안보다
우선 적용하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모든 덩어리 규제를 한꺼번에 풀어줘 실질적으로 생산 활동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별과 역차별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대안을 통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상생(相生)하는 것만이 대한민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
여야 정치권의 결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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