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敎養·提言.思考 1357

'불행한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행복론 [고두현의 문화살롱]

한국경제 2024. 1. 24. 00:07 ■ 비관과 낙관 사이 "인생은 원래 고통스러운 거야" 막연한 위로 대신 직설적 조언 "남이 뭐랄까 눈치 보면 노예" "행복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현실 직시하며 미래 대비하는 '스톡데일 패러독스' 되새길 때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오랫동안 아웃사이더였다. 63세 때까지 ‘무명’이었다. 학계에서 따돌림당했고 대중적인 인기도 없었다. 성격이 모난 데다 얼굴이 못생겼으며, 여자를 미워해 죽을 때까지 독신으로 지냈다. 32세에 베를린대 강사가 됐지만, 당대 최고 스타 헤겔에게 맞서 강좌를 개설했다가 수강생이 한 명도 없는 참패를 당했다. 이후 교수직을 포기하고 고독과 좌절, 공포와 망상에 사로잡혀 지냈다. 죽음을 두려워한 나머지 이발사에게 면도하지 못하게 하는 등 ..

[한현우의 미세한 풍경]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조선일보 2024. 1. 23. 03:05 수정 2024. 1. 23. 05:56 묵은 머릿속 비우고 한 해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찾은 여수 정직한 음식으로 삿된 몸 채우고, 먼바다 보며 지난해 떠올려 돌계단 길 不見·不聞·不言 삼불상… 중생에게 다가온 부처님 말씀 여수 바다는 산맥을 집어삼킨 채 얌전히 찰랑였다. 먼 옛날 백두대간이 태백산에서 돌연 남서쪽으로 내달리며 솟아난 소백산맥은 여수 앞바다에서 끝난다. 질주하던 산맥이 바다를 만나 풍덩 빠지면서 거대한 땅덩어리들이 바다로 튕겨 나갔고, 이 땅들이 돌산도와 금오도, 개도가 됐다. 그래서 여수 앞바다는 망망대해가 아니라 육지와 섬들이 둥글게 서서 마주 보는 땅들의 바다다. 여수에 간 것은 묵은 머릿속을 비우고 한 해를 시작하는 여행지로 제격이기 때문이..

선유도공원에서 사카모토 류이치를 떠올리다[김선미의 시크릿가든]

동아일보 2024. 1. 17. 07:50 수정 2024. 1. 17. 07:55 오늘 오후 서울에는 눈이 내릴 수 있다고 합니다. 시간을 낼수 있다면 선유도 공원에 가 보는 것을 추천드리며 이 글을 씁니다. 희미한 어둠 속에 야마하 그랜드 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다. 흑백의 건반을 비추는 동그란 조명이 보름달 같다. 그래서 그는 또 다른 세상으로 가기 전,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란 자서전을 남겼던 걸까. 지난달 국내 개봉한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는 세계적 음악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1952∼2023)가 암 투병 중이던 2022년 9월에 촬영됐다(일찍이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해왔기에 그의 이름은 영어식으로 ‘류이치 사카모토’로 통하고 있다). 세상과 작별을 예감한 ..

[백영옥의 말과 글] [337] 나이가 들면 왜 시간이 더 빨리 갈까

조선일보 2024. 1. 13. 03:00 해가 바뀌어 2024년이 되었지만 1월에는 여전히 2023년이라고 잘못 적는 버릇이 있다. 올해도 잘못 적은 숫자를 고치다가 친구가 시간이 30대는 시속 30km, 50대는 50km로 빨리 간다던 푸념이 떠올랐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의 가속도가 느껴지는 건 느낌만의 문제일까. 어릴 때는 새로운 정보를 많이 경험하고 학습하기 때문에 어른에 비해 뇌는 훨씬 더 많은 일을 한다. 처리한 정보량만큼 시간도 느리게 흐른다. 마크 윌리엄스의 책 ‘늙어감의 기술’은 시간 인식에 대한 우리의 변화를 기술한다.....나이가 들어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면 노화 속도가 각자 다름을 본다. 축적된 생활 습관이 드러나며 50대처럼 보이는 70대도 있고 80대처럼 보이는 60대도 있다. ..

“ABC만 하다 ㄱㄴㄷ 배우니 행복”…영국 10대는 한국어 열공중

매일경제 2024. 1. 7. 11:48 수정 2024. 1. 7. 14:12 중등졸업시험 과목도 아닌 한국어 학생·학교 자발적 수업요청 늘어나 英정부 한국어 교육효과 연구 나서 “학생 정서에 도움…세계와 소통도” 자국 내 10대들 사이에서 한국어가 각광을 받는 ‘이상 현상’에 대해 영국 정부와 옥스포드대가 공동 연구에 나섰다. 영국 정부는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나타난 긍정적인 효과에 특히 관심을 보였다. 7일(현지시간) 조지은 옥스퍼드대 교수는 영국 교육부와 함께 한국어 학습과 관련한 연구를 오는 7월까지 진행하고 정책 보고서를 발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가 연구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최근 영국 청소년들의 외국어 학습 의욕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어에 대한 인기는 ..

‘결재판 권력’만 키운 서울대 법인화… 연구·교육 대신 행정 처리에 예산·시간 낭비

조선일보 2024. 1. 5. 03:02 수정 2024. 1. 5. 06:18 [논설실의 뉴스 읽기] 서울대 교수협의회장의 작심 비판 ‘누가 조국(祖國)으로 가는 길을 묻거든 눈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서울대를 나라 발전에 기여하는 지성의 전당으로 기대할 때 인용하던 시 구절인데 요즘은 정반대의 비하적 의미로 종종 쓰인다. 교육부 감사 등에서 드러난 도덕적 해이와 후진성, 시대 변화에 뒤떨어진 대학 교육의 암울한 미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세계 일류대학으로 도약하겠다며 2012년 법인화했다. 2024년 QS 세계 대학 평가에서 41위로, 2012년 37위보다 더 내려갔다. 당시 44위로 서울대보다 낮았던 베이징대는 17위, 싱가포르대는 25위에서 8위로 올라섰다. 서울대 위기를 강도높게 진단..

[고현곤 칼럼] 육영수 여사가 생각나는 새해 아침

중앙일보 2024. 1. 2. 03:10 수정 2024. 1. 2. 03:30 한복 속옷을 기워 입을 정도로 검소 권력 누린다는 원성 살까 봐 늘 조심 조용히 봉사 선행, 온 국민 존경받아 육 여사 같은 영부인 또 볼 수 있을까 1968년 7월 3일 밤.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 물난리가 났다. 잠원동 주민 300여 명이 신동초등학교에 긴급 대피해 있었다. 그때 한 사람이 폭우 속에 황토물 교정을 철벅철벅 걸어오고 있었다. “이 밤중에 누굴까?” 그는 교사 안으로 들어오며 머리를 감쌌던 흠뻑 젖은 수건을 벗었다.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사님 아냐?” 누군가 놀라 소리쳤다. 육영수 여사는 “여러분 얼마나 고생 많으세요”라고 인사한 뒤 가져온 구호 물품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나룻배를 타고, 발목까지 빠..

학생 ‘운동 부족’ 94%...체력평가 확대한다

조선일보 2023. 12. 26. 21:42 수정 2023. 12. 27. 03:34 한국 학생들은 세계 꼴찌 수준으로 신체 활동을 적게 한다. 코로나 때 ‘집콕’을 하면서 체력도 떨어지고 비만도 늘었다. 이에 정부가 초등학교 5학년 이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던 체력평가를 초등3·4학년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초등 1·2학년 교육 과정에 ‘체육’ 과목을 별도로 분리하고, 방학 스포츠 캠프도 연다. 신체 활동을 늘려서 공부와 휴대전화에 매몰된 학생들의 체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26일 이런 내용의 ‘제3차 학교체육진흥 기본계획(2024~2028년)’을 발표했다. 학교스포츠클럽도 활성화한다. 중학교의 스포츠클럽 시간을 현재 3년간 102시간에서 136시간으로 30% 늘린다. 방학 기간에 참여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