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敎養·提言.思考 1357

“이런 비참함, 물려주고 싶지 않아”… 출산 거부하는 한국인들

국민일보 2024. 2. 29. 00:04 직장인 ‘부부 휴직 의무화’ 1순위 선호 상사 눈치·승진 불이익에 사용 꺼려 英 BBC “한국 노동시장 성장 더뎌”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또다시 역대 최저를 기록하면서 육아휴직 등 ‘있는 제도’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경직된 직장문화부터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도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사회’라는 인식이 자리 잡지 않으면 유례없는 초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28일 고용노동부의 ‘2022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5038곳 중에서 ‘육아휴직이 필요한 사람은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답한 사업체는 52.2%에 불과했다. ‘일부 사용 가능’은 27.1%, ‘전..

[백영옥의 말과 글] [342] 내 안의 걱정 기계

조선일보 2024. 2. 24. 03:00 월미도에서 대관람차를 탄 적이 있었다. 어릴 때 재밌었던 대관람차가 공중으로 떠오르자 예상치 않게 너무나 무서웠다. 머리로는 안전하다는 걸 알지만 가슴은 쿵쾅댔고 지상으로 내려오기를 기도하듯 빌었다.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걱정이 많아 걱정입니다’의 저자 ‘그램 데이비’는 걱정이 올림픽 종목이라면 집 안에 금메달이 가득했을 거라고 믿는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그에 의하면 걱정은 유전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만들어진 습관이다. 우리가 삶에서 만나는 걱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생산적인 걱정’과 ‘파국적인 걱정’이다. 생산적 걱정을 하는 사람은 미래의 실패를 예비하며 플랜 B를 준비한다. 이때의 걱정은 오히려 그 사람의 경쟁력이 된다. 문제는 파국적 ..

[백영옥의 말과 글] [341] 잘 익은 상처

조선일보 2024. 2. 17. 03:03 이전 소설에서 이런 구절을 썼다. “인생이 서글픈 건, 승자도 결국은 얻어맞기 때문이다. 한 대도 맞지 않고 상처 없는 얼굴로 인생에서 승리할 수 있는 복서 따윈 없다. 단지 덜 맞고, 더 맞고의 차이가 있을 뿐.” 살다 보면 누구나 상처가 생긴다. 어떤 사람은 상처를 느끼고 살고, 어떤 이는 잊으려 노력하며 산다. 하지만 우리는 ‘내 안의 어린아이’와 살며, 어른이 돼도 상처 입은 마음속 아이는 여전히 웅크리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폭력, 어떤 이에겐 냉정함이나 가난이 어린 시절 상처로 남는다....오래전, 배우 최진실 사후 TV 추모 프로그램에서 그녀가 쓰던 옷장에서 나온 공책과 연필을 보았다. 모친은 어릴 적 형편이 나빴던 그녀가 커서도 학용품을 사 모았다고..

[장보영의 정상에서 쓴 편지] 11 계방산: 눈 쌓인 계수나무숲을 걸어가면

강원도민일보 2024. 2. 16. 00:05 다시 만난 하얀 숲, 변함없는 나의 겨울 평창 용평면-홍천 내면 걸쳐 솟은 계방산 해발 1579m 우리나라 다섯번째 고산 지리적 요인 풍부한 적설량 유명세 한 몫 구름도 망설이는 ‘운두령 고개’ 산행 시작 정상까지 꼬박 4㎞ 초입부터 반기는 흰 눈 상고대·설화 가득 백두대간 등줄기 한눈에 우주로 가는 가장 선명한 길은 눈 쌓인 계수나무숲을 지나는 길이다. 새해의 산뜻한 다짐을 한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하루에 대한 강인했던 집념도 느슨해져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그사이 당신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나요? 추워서 잔뜩 움츠러든 채 한자리에서 몇 주를 보내는 동안 ‘겨울은 도무지 좋아할 수가 없다’고 마음을 잔뜩 강퍅..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어떤 설날-백사마을의 추억

경기일보 2024. 2. 8. 03:01 현재란 모든 흐르는 시간 속에 있다. 10여년 전의 중계동 백사마을이다. 강추위가 온몸을 경직시키던 설날 이곳을 찾았다. 나는 이런 비루한 풍경에서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낀다. 내가 겪은 지난함이 비장한 역전의 힘이 되었기 때문일까. 심리연구가 마크 맨슨은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를 인정하고 해결책을 찾으려는 것은 세계적으로 드문 회복 탄력성을 지닌 한국의 진짜 슈퍼파워일 수 있다고 했다. 성찰할 만한 진단이다. 우울의 내력이 얽혀 있는 전깃줄, 전신주 아래엔 연탄재가 쌓여 있고 굴뚝엔 푸르스름한 연탄가스가 유령처럼 피어올랐다. 카메라를 든 손이 금방 얼 듯한 회색빛 골목엔 때때옷을 입은 여자아이의 매무새를 가다듬는 할머니가 포..

"내가 살아난다면 1초도 허비하지 않을 텐데!" [고두현의 문화살롱]

한국경제 2024. 2. 7. 00:13 ■ 사형장의 도스토옙스키 28세 때 처형 직전 기사회생 시베리아 유형지서 극한 체험 죽음 너머 발견한 인간의 본성 '자유의 가치'로 불후 명작 빚어 1849년 겨울, 칼바람이 몰아치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세묘놉스키 연병장. 수천 군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반체제 지식인들이 끌려 나왔다. 한 장교가 “죄인들을 반역죄로 다스려 모두 총살한다”고 선고했다. 무장한 병사들이 머리에 두건을 씌웠다. 곧이어 사격 대열을 갖췄다. 일제히 총알을 장전하는 소리,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갖다 대는 병사들…. 일촉즉발의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멈추시오!” 황제의 시종무관이 특사령을 갖고 황급히 달려왔다. 숨을 죽였던 사형수들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터졌다. 이날 두 번..

우리는 왜 슬픈 드라마를 즐길까? [아침을 열며]

한국일보 2024. 2. 3. 00:00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2023년 기준으로 하루에 TV를 약 3시간 이용하고, 전화기를 약 2시간 30분 이용하고, 종이 매체를 약 30분 이용한다.....이메일, 블로그, 클라우드 서비스 등의 이용은 감소하는 추세라고 한다. 한 가지 의문은 왜 사람들은 슬프거나 괴로울 때 재미있고 즐거운 내용을 찾기보다 슬픈 드라마 프로그램을 찾느냐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슬픈 드라마를 즐기는 것일까. 아마도 이 질문에 제일 먼저 대답한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일 것이다. 카타르시스 이론이라고 불리는 이 주장은 비극을 보는 사람들은 드라마의 주인공에게 닥친 고난이나 슬픔에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부정적 감정적 해방이나 정화를 느낀다는 ..

[삶의 향기] 까치밥, 한국인의 톨레랑스

중앙일보 2024. 1. 30. 00:37 늦가을 감나무 남겨놓는 열매 동물과의 공생 위한 삶의 슬기 까치 소리가 주던 설렘 어디로 도쿄, 베이징, 모스크바, 런던, 워싱턴DC 같은 외국 수도를 떠올리면 ‘서울처럼 산으로 둘러싸인 수도는 없다’라는 말이 옳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서울 주변의 크고 작은 산들 가운데 한강 남쪽 5㎞쯤에는 높이 300m의 대모산(大母山)이, 또 그 옆에는 비슷한 높이의 구룡산이 있고, 남쪽으로는 청계산이 펼쳐진다. 대모산속 길을 걷다가 길옆을 올려다보면 나뭇가지 사이에 짜임새 있게 지어진 까치집들을 볼 수 있다. 숲속 곳곳에는 까치 외에도 동고비, 딱새, 쇠박새와 어치가 보이고 가끔 딱따구리 나무 쪼는 소리도 들린다. 대모산은 새가 많다는 점에서 다양한 곤충이 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