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음악칼럼 265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146> ‘자강두천’의 마지막 하모니. 비틀즈 ‘Now And Then’

국제신문 2023. 11. 7. 03:03 다행이다. 비틀즈 팬이라서… 태어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을 드물게 만난다. 그런 순간은 힘이 ‘쎄서’,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고 살아가게 한다. 2023년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 비틀즈의 신곡이자 마지막 노래 ‘Now And Then’이 공개되었다. 전 세계의 비틀즈 팬들은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태어나길 잘했다. ‘자강두천’이란 말이 있다. 사자성어 같지만 ‘자존심 강한 두 천재’를 뜻하는 신조어다. 잘 알려진 예로는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와 존 레넌이 있다. 자존심이 강한 두 천재가 한자리에 있으면 보통 큰일이 생긴다. 엄청난 시너지가 폭발하거나 또는 파국이다. 음악 파트너이자 오랜 친구였던 두 사람은, 둘 다 겪는다. 가장 주목받고 사랑받던 시절..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85] 세상을 지배하는 손

조선일보 2023. 11. 6. 03:02 Glen Campbell & Steve Wariner ‘The Hand That Rocks the Cradle’(1987) 미국 컨트리계의 빅스타 글렌 캠벨과 기타리스트 스티브 워리너에 의해 이 노래가 발표된 지 5년 후 이 노래와 같은 제목의 영화가 커티스 핸슨 감독에 의해 만들어졌다. 임산부에게 성추행을 일삼다가 주인공 부부의 신고로 인해 모든 것을 잃고 자살해 버린 산부인과 의사의 아내가 주인공 부부의 보모로 취업해 비뚤어진 복수를 하려는 일종의 스릴러물이다. 리베카 드 모네이의 서늘한 연기가 기억에 남는다. 섬뜩한 스토리의 영화와는 달리 이 노래는 모든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이 세상 엄마들에 바치는 따스하고 감미로운 찬가다. https://v.daum.n..

‘문학 광’ 슈만, 조울증 견디며 예술적 상상력 꽃피워

중앙SUNDAY 2023. 11. 4. 00:01 민은기의 클래식 비망록 위대한 예술가는 영혼의 노래를 듣는다고 한다. 과장이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남들과 똑같은 소리를 들어서는 독창적인 예술작품을 만들 수 없을 테니까. 예술의 역사를 보면 평범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과 해방을 강하게 지향하던 시기가 있었다. 바로 낭만주의 시대이다. 이 시대의 예술은 현실 세계를 초월한 동화같이 신비로운 마법의 세계가 펼쳐지고, 낯설고 경이로운 정서가 넘쳐난다. 낭만주의를 말하는 로맨티시즘이라는 단어 자체가 현실과는 거리가 먼 중세 기사문학 로망스에서 유래했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낭만주의 운동을 주도한 것은 괴테와 실러로 대표되는 19세기 독일 문학이다. 낭만주의 음악가들의 영감은 대부분 이러한 ..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84] 무고한 민간인

조선일보 2023. 10. 30. 03:02 Beastie Boys ‘In a world gone mad’(2003)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8일 사실상 가자지구 지상전이 시작되었음을 천명했다. 유엔을 비롯한 서방과 아랍 진영 모두가 입을 모은 만류는 이제 휴지가 되었다. 그는 이번 전쟁을 야만과의 전쟁이라고 힘주어 강조하고 이스라엘의 두 번째 독립전쟁이라고 못 박았다. 네타냐후를 정점으로 하는 이스라엘 강경파 세력은 1998년 제정된 로마 규정, 즉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이나 적대 행위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전쟁범죄로 간주한다는 조항을 무시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이나 하마스나 ‘무고한 민간인’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 같다. 이라크 전쟁을 규탄한 하드코어 ..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83] 핼러윈

조선일보 2023. 10. 23. 03:05 Michael Jackson ‘Thriller’(1982) 팝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으로 기록된 마이클 잭슨의 1982년 앨범 타이틀과 같은 이 노래는 ‘Billie Jean’이나 ‘Beat It’만큼 히트하진 못했다. 하지만 영화감독 존 랜디스가 연출을 맡아 무려 80만달러 제작비를 쏟아부은 뮤직비디오는 뮤직비디오 역사의 신기원을 만들었다. 이 노래는 핼러윈 축제의 단골 레퍼토리로, 오바마 부부가 백악관 핼러윈 파티에서 손님들과 함께 이 노래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춘 적이 있을 정도다. ‘핼러윈(Halloween)’의 ‘hallow’란 고대 영어로 성인(saint)을 뜻하며, ‘이브(eve)’와 결합하여 만들어진 말이다. 직역하면 ‘모든 성인의 대축일 전..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82] 게토의 눈물

조선일보 2023. 10. 16. 03:00 Elvis Presley ‘In the Ghetto’(1969) ‘게토(ghetto)’는 소수 인종이나 민족 혹은 종교 집단이 거주하는 도시 안의 한 지역을 일컫는 말이다. 주로 빈민가를 형성하며 정치 경제적인 제재나 압박을 받는다. 중세 시대부터 유럽 전역에 설치된 유대인 거주 지역이나 나치 독일이 형성한 강제 거주 지역, 미국 대도시의 흑인 빈민가들이 이에 해당한다. 지금 화염에 뒤덮인 가자지구도 게토로 볼 수 있다. 이 ‘게토’라는 단어는 1516년 도시국가 베네치아가 유대인 거주 지역을 설치하며 이름 붙인 것이 그 뒤로 계속 통용되었으므로 유대인의 불행한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단어는 격리와 차별, 증오, 폭력과 보복, 빈곤의 악순..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81]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소녀들

조선일보 2023. 10. 9. 03:00 Maher Zain ‘Palestine will be free’(2009) 10월 7일 유대교 안식일 날 새벽, 2차 세계대전 때 진주만 기습 같은 일이 가자 지구를 장악하고 있는 무장 이슬람 단체 하마스에 의해 일어났다. 이스라엘 영토를 향한 수천발의 로켓포 공격과 함께 수백명의 무장 병력이 이스라엘군의 방어선을 순식간에 뚫고 이스라엘 남부 지역에 침투하여 군인과 민간인들을 사살하고 포로로 잡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를 ‘전쟁’으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보복 공습으로 응수하면서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의 군사적 역량을 파괴하는 결정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대규모 군사작전을 천명했지만 생포당해 인질이 된 이스라엘인들의 규모가 상당하기에 이..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80] 독재자의 함정

조선일보 2023. 9. 25. 03:04 Freddie Mercury ‘The Great Pretender’(1987) 대륙굴기를 외치며 야심 차게 출발했던 중국 시진핑 정권의 전망이 국내외적 암초로 인해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부동산 위기로 격발된 경제 불황은 전 지구적인 도미노를 일으키고 있고, 경기 침체의 필연적인 동반자인 청년 실업률은 지난 6월을 기준으로 21.3%라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바깥으로는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임계점을 향해 끓어오르고 있는 중이다. 천안문 사태의 주역 중 한 명이자 반체제 운동가인 왕단은 이런 시 주석의 행보에 대해 측근에게조차 의심이 많아지고 망상에 빠져 외톨이가 되는 전형적인 독재자의 함정에 빠진 것이라고 분석한다. https://v.daum.ne..